"회사서 무심결에 눈을 비볐더니 날카로운 물건에 긁힌 것처럼 따갑더라고요. 눈에 이물감이 있긴 했는데 갑자기 이렇게 큰 고통을 느끼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눈물이 계속 흘러 급히 반차를 내고 안과로 향했죠."
최근 20대 여성 박모 씨는 결막 결석으로 인해 직장에서 근무 도중 병원에 가야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씨는 "대학생 시절 라섹 수술을 받은 후 안구건조증이 심해지긴 했지만 눈에도 돌이 생길 줄은 몰랐다"면서 "안과서 눈꺼풀을 뒤집어 결석의 위치를 확인한 뒤 마취 후 결석을 제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치료 도중엔 피가 섞인 눈물이 흘렀고, 마취가 풀린 뒤엔 며칠 동안 이물감이 느껴져 불쾌한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안구건조증 환자는 250만명에 달한다. 2022년 기준 238만5000명에서 11만명 가까이 늘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인다. 워낙 흔한 안질환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지만, 결막 결석과 같은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환절기 눈 관리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
눈꺼풀과 안구를 덮고 있는 투명한 점막을 '결막'이라 부른다. 결막은 눈물이 안구 표면에 잘 머무를 수 있도록 점액을 분비하며, 안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결막 결석이란 결막 상피세포와 단백질 분비물이 변성되면서 결막에서 석회 성분이 돌처럼 단단하게 뭉친 것을 의미한다. 심한 결막염을 겪은 적이 있거나, 잦은 눈 화장, 콘택트렌즈, 라식·라섹 수술 등으로 안구건조증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잘 생긴다.
작은 결석이라면 대부분 증상이 없다. 불편함이 없다면 구태여 결막에 상처를 내 결석을 제거할 필요도 없다. 다만 결석이 결막을 뚫거나 돌출돼 눈을 깜박일 때마다 까끌한 이물감이 들 정도라면, 각막에 상처를 낼 수 있어 의료용 바늘로 제거해야 한다. 이 경우 눈 안에 모래가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의료계에서는 안구건조증 환자가 늘어나면서 결막 결석으로 병원을 찾는 이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 사용에 익숙한 데다 라식·라섹 수술 인구가 늘어나는 등의 요인으로 안구건조증 환자가 늘었고, 질환의 합병증으로 결막 결석 환자도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사무직 직장인의 경우 장시간 컴퓨터를 사용하면서 눈을 깜빡이는 횟수가 줄어든다. 눈을 깜빡여야 위아래 눈꺼풀이 만나면서 눈물을 안구 전체에 도포하고 안구 표면을 닦아주는데 이러한 항균 과정이 생략되면서 결석이 생긴다.
게다가 한번 결막 결석이 생기면 재발이 잘 돼 인공 눈물로 눈을 늘 촉촉하게 유지하는 등 관리가 필요하다. 자기 전 온찜질을 하면 염증을 완화하고 눈을 진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눈꺼풀의 막힌 기름샘을 열어 노폐물이 굳지 않고 배출될 수 있게 돕는 원리다.
화장을 했다면 눈 주변 화장품을 충분히 제거해야 한다. 하루 10시간 이상 렌즈를 착용하거나 렌즈를 낀 채 잠을 자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김정훈 가천대 길병원 안과 교수는 "결석은 위아래 눈꺼풀 결막에서 많이 생기고, 심한 경우 눈꺼풀을 뒤집었을 때 맨눈으로 보인다"며 "주요 원인은 안구건조증인데 결석이 생기면 안구건조증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빠른 치료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간혹 이물감을 느낀 환자들이 손이나 면봉으로 직접 긁어내려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만큼은 극구 말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병원에서 의료용 바늘로 제거하면 흉터를 최소화할 수 있으며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결석이 많을 땐 상처가 커질 것을 고려해 한 번에 전부 제거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자가 치료를 하게 되면 감염 우려가 크고 흉터가 커지므로 결석이 있을 때보다 더 심한 이물감을 느끼는 등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고 재차 당부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