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가능성이 커지자 증권가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금투세는 대주주 여부에 상관없이 국내 주식으로 5000만원이 넘는 금융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22%(3억원 초과분은 27.5%)의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 국내 증시를 이탈하려는 ‘큰손’들의 주식 매도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각 증권사에 따르면 벌써 일부 큰손 개인투자자들은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 등에게 채권·주식 등 금투세의 영향을 받는 자산을 처분해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한 PB는 “9월까지 금투세 결론이 나지 않으면 국내 주식 일정 퍼센트를, 10월까지도 결론이 안 나면 추가로 일정 퍼센트를 매도해달라는 식의 요구가 여럿 들어왔다”고 말했다. ○금투세 시행 앞두고 ‘국장 탈출’ 증가여기에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금투세 보완 패키지 법안도 투자업계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민주당은 △기본공제 확대(연 5000만원→1억원) △원천징수 주기 확대(6개월→1년) 외에 개미 투자자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연 납입금 한도를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늘리고 투자 대상을 해외주식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은 ISA에서 해외주식 투자는 허용되지 않는다. 국내에 상장된 해외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서만 투자할 수 있다.
투자자 A씨가 엔비디아에 3000만원을 투자해 1년 동안 1억원을 벌었다고 가정했을 때 지금까지는 2145만원을 세금((1억원-250만원)×22%)으로 내야 했다. 하지만 이 법안이 시행되면 ISA로 투자할 경우 A씨가 내야 할 세금은 0원이 된다. 해외주식에 투자해 이익이 얼마가 나더라도 납입액 3000만원까지는 비과세 혜택을 주기 때문이다.
투자업계에선 금투세와 해외 투자 비과세 혜택을 동시에 시행하면 투자자들의 ‘코리아 엑소더스’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올 들어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순매수는 96억7773만달러(약 13조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기관과 개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각각 13조3360억원, 3조563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30년 투자하면 美가 韓의 3.7배 수익금투세 보완 패키지 법안이 시행되면 미국 주식에 투자할 유인은 더욱 커진다. 직장인이 ISA를 통해 연 3000만원(월 250만원)씩 한국 코스피지수에 30년 투자하면 14억7000만원을 손에 쥘 수 있다. 이를 동일하게 미국 S&P500지수에 투자하면 은퇴 시점에 54억3000만원을 받게 된다. 수익이 3.7배 차이 나는 셈이다. 2010년 이후 주식시장 연평균 수익률(코스피지수 3.3%, S&P500지수 10.9%)을 적용해 시뮬레이션한 결과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이대로 금투세가 도입되면 해외주식 시장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는 돈이 더 많아질 것”이라며 “국내 자본이 기업의 투자자금으로 흘러 들어가고 증시와 노후 자금이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를 해칠까 우려된다”고 했다.
최만수/선한결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