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환경부가 발주한 용역보고서가 여당 의원을 통해 공개되자 제지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보고서 이름은 ‘1회용품 저감정책 통계작성 및 관리방안’. 에코윌플러스와 안양대 산학협력단이 작성한 이 보고서의 핵심은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환경에 더 악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이다. 빨대가 액체에 젖어 눅눅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코팅액으로 화학 오염물질을 써서 유해하다는 주장이다. 기존 상식과 배치되는 내용에 국내 제지업계는 적잖이 당황했다.
보고서를 천천히 뜯어보면 고개가 갸웃해진다. 국내에서 플라스틱 빨대와 종이 빨대가 어떤 과정을 거쳐 제조되는지, 어떤 경로로 폐기되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 없이 최근 해외 연구 사례와 언론 보도를 짜깁기한 보고서였다. 특히 보고서 내용 중 ‘폐기물매립지에서는 종이 빨대 분해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는 대목은 국내 현실과 전혀 맞지 않는 주장이다. 국산 종이 빨대는 일부 수입 제품과 달리 친환경 수용성 코팅액을 적용해 염소, 황산 등 화학 오염물질이 들어있지 않다. 땅속에 묻어둔 뒤 60여 일이 지나면 감쪽같이 사라져 흙과 한 몸이 된다. 수백 년 동안 생분해되지 않아 땅속에서 주변을 오염시키는 플라스틱 빨대와는 분명 다르다.
논란이 커지자 환경부는 뒤늦게 ‘종이 빨대의 환경 영향 우려는 해외 연구 사례에 불과하며, 국내 생산 종이 빨대와는 관련이 없음’이란 내용의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하지만 검증 없이 나온 일부 언론의 보도로 온라인상에서 제지업계와 종이 빨대 제조업계가 실컷 두드려맞은 뒤였다.
종이 빨대와 관련한 정부의 오락가락 행정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일회용품 규제를 전격 철회했다. 계도 기간 종료를 앞두고 설비를 바꾸고 생산량을 늘린 종이 빨대 제조사들은 말 그대로 날벼락을 맞았다. 업계에 따르면 16곳이던 종이 빨대 업체는 대부분 도산해 현재 7곳만 운영 중이고, 그마저도 대부분 공장 가동을 멈췄다.
어떤 재료로 만들든 가급적 일회용품은 덜 사용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이 써야 할 상황이라면 좀 더 환경친화적인 제품을 사용하는 게 낫지 않을까. 국내 종이 제품 재활용률은 약 86%로 세계적으로도 높은 편이다. 원료 역시 우리 주변 산에서 나무를 베는 것이 아니라 인공 조림지에서 가져오고 있다.
국산 종이 빨대는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 연방위해평가원(BfR)의 식품 안전성 시험을 통과해 인체 무해성을 입증했다. 국산 종이 빨대를 둘러싼 불필요한 친환경·유해성 논란은 이제 마침표를 찍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