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철강기업 US스틸 경영진이 일본제철과의 인수 계약이 무산되면 공장을 폐쇄하고 본사를 이전하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US스틸은 지난해 12월 일본제철에 회사 지배 지분을 팔기로 합의했지만 정치권과 노동조합의 강한 반대에 부딪힌 상황이다.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데이비드 버릿 US스틸 최고경영자(CEO)는 인터뷰에서 “매각이 무산되면 피츠버그에 마지막으로 남은 몬밸리 제철소를 폐쇄하고 본사도 피츠버그 밖으로 이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장이 향후 10년 동안 버틸 수 없다면, 왜 그곳에 머물러야 하냐”고 되물었다. 버릿 CEO는 “일본제철이 US스틸에 투자하기로 한 30억달러(약 4조221억원)는 공장 경쟁력 및 일자리를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며 “거래가 실현되지 못하면 이런 일을 할 수 없고 나는 그럴 만한 돈이 없다”고 설명했다.
버릿 CEO의 이 같은 발언은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지난 2일 US스틸 매각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힌 데 따른 것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피츠버그 유세에서 “US스틸은 미국인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기업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생각에 완전히 동의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공개적으로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 철강노조도 매각에 반대하고 있다.
1901년 피츠버그에서 설립된 US스틸은 미국이 경제·군사적 세계 초강대국으로 성장하는 데 기여한 상징적인 기업이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들어 일본과 독일, 중국 등의 철강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점차 쇠락했다. 2014년 미국 주요 500개 대기업으로 구성된 S&P500지수에서 퇴출당했고, 지난해 회사 매각을 타진했다. US스틸은 결국 일본제철이 제시한 141억달러 규모 인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일본제철은 이날 미국 정치권과 노조의 반대 여론을 의식해 추가 투자와 고용 확대를 약속했다. 인수 뒤 이사회 과반수를 미국 국적자로 구성하고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본사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US스틸 경영진은 조만간 노조원을 모아 놓고 매각의 이점을 설명하고 매각 작업을 지지해줄 것을 호소할 계획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