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두 달여 앞둔 4일 올해 마지막 모의평가가 치러졌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과 지난 6월 치러진 모의평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쉬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의과대학 정원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수능 난도가 크게 떨어지면서 오는 11월 수능에 역대급 규모의 ‘n수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불국어’ 드디어 쉬워졌다이날 교육계와 입시업계에 따르면 9월 모의평가에서 국어와 수학, 영어 등이 모두 지난해 수능과 올 6월 모평에 비해 쉽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킬러문항’(초고난도 문제)을 배제하고 EBS 연계 체감률을 높였다고 밝혔다.
국어는 지난해 6월 킬러문항 배제가 발표된 후 치러진 시험 중 가장 쉽게 출제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어는 지난해 9월 모평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142점을 기록한 데 이어 2024학년도 본수능(150점), 올 6월 모평(148점)까지 어려운 난도로 출제됐다. 하지만 이번 9월 모평에서는 특별히 까다로운 고난도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독서는 지문이 다소 길어졌으나 정보량이 적고 친절한 문장들로 구성됐다”며 “문학도 선지의 길이가 짧아져 큰 어려움 없이 정답을 도출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BS와의 체감 연계율은 이례적으로 높았다. 독서는 4개 지문 중 3개 지문이, 문학은 8개 작품 중 학생들이 까다롭게 느낄 만한 3개 작품이 EBS 수능 연계 교재에서 출제됐다. 그나마 변별력 있는 문제로 꼽은 ‘블록체인기술’ 지문도 EBS 수능 특강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 지문을 응용한 간접 연계로 어렵지 않았다는 평이다. 종로학원은 “최상위권 학생들 사이의 변별력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학 만점자 1000명 정도 될 듯수학도 작년 수능이나 올해 6월 모의평가보다 쉬웠다. EBS 대표 수학 강사인 심주석 인천하늘고 교사는 “작년 9월 모의평가는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이 2520명이었고, 올해 6월 모의평가에서는 697명이었다”며 “이번에는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을 받은 수험생이 (작년 9월과 올해 6월 모의평가 사이인) 1000명 내외로 형성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특히 선택과목보다 공통과목이 쉬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선택과목 간 유불리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종로학원은 “공통과목보다 선택과목에서 변별력이 커질 수 있다”며 “이럴 경우 확률과 통계보다는 미적분, 기하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모평에서 1등급이 단 1.47%만 나오며 절대평가 도입 이후 가장 어려웠던 영어도 쉽게 출제됐다. EBS 대표 영어 강사인 김예령 대원외고 교사는 “절대평가 취지에 맞게 적정 난이도로 변별력을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 6월 모평에서 지적이 나왔던 한국어로도 이해하기 어려운 추상적 문제들이 사라졌다. ○수능에 n수생 더 몰리나9월 모평이 예상보다 쉽게 출제되면서 n수생이 역대 최대 규모로 몰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변별력이 필요한 수능에서 9월 모의평가와 같은 난이도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윤윤구 한양대 사대부고 교사는 “9월 모평이 쉬웠다고 수능이 쉽게 출제되는 것은 아니다”며 “수시 전형 지원 시 수능최저학력 기준은 6월 모평과 9월 모평 사이의 평균으로 보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모평 난도가 낮아짐에 따라 반수 등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수능에 재응시하는 n수생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모평 지원 수험생 48만8292명 중 n수생은 10만6559명(21.8%)으로 역대급 규모를 보였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바로 수능으로 진입하는 n수생도 적지 않을 것”이라며 “9월 모의평가 결과에 대한 판단을 보수적으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