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 2위 조선사인 중국선박공업그룹(CSSC)과 중국선박중공업그룹(CSIC)이 하나의 회사로 합친다. 2019년 합병을 선언한 이후 느슨한 형태로 묶여 있던 양사가 5년 만에 합병을 결정했다. 총자산이 4000억위안(약 75조3000억원)에 달하는 세계 1위 거대 조선사가 탄생하는 것으로, 한국을 따라잡기 위해 ‘조선 굴기’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두 회사는 주식 교환을 통해 CSSC가 CSIC를 흡수합병하는 내용의 계획안을 지난 2일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제출했다. 신설 국영 조선사는 수주 잔량을 기준으로 세계 조선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연간 영업이익은 1000억위원(약 18조8000억원)에 달한다.
이번 통합은 2019년 양사가 합병안을 발표한 것에서 출발했다. 중국 국무원 산하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는 국영 기업 개혁 차원에서 두 기업을 합치기로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독립 경영 체제가 바뀌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 등 남방을 중심으로 한 사업부는 상업용 선박 제조를, 북부를 담당한 사업부는 군함 등 방산 쪽에 주력하면서 통합 속도가 더뎠다.
5년 만에 완전 통합하기로 한 것은 독립 경영으로 인한 비효율이 두드러졌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CSSC 산하 4개 조선사, CSIC 산하 3개 조선사 간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이 떨어졌다. CSSC는 조선업황 활황에도 지난 상반기 순적자를 냈다. 차이신 등에 따르면 CSSC는 “합병으로 경영진을 간소화하고, 동종업계 경쟁을 줄여 경영 능력을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지 조선사끼리 보조금 수령 및 수주 경쟁이 과열한 데 대한 불만이 커지자 정부가 손을 댄 것”이라고 했다.
세계 최대 조선사가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면 한국 조선업계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예컨대 해운사와의 수주 논의에서 협상력이 기존보다 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조선사별로 특정 선종을 수주해 그 선박만 제조하게 되면, 제조 노하우도 금세 쌓이게 된다. 중구난방으로 수주했던 사업들을 특정 조선소로 몰아줄 가능성도 있다.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한국 조선사가 앞서있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경쟁력을 뒤쫓겠다는 얘기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 조선산업이 한 몸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움직이게 되는 것”이라며 “특히 중형 선박을 제조해 중국 조선사와 직접 경쟁해야 하는 중형 조선사에 미칠 영향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