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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닷컴 붐’을 이끈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연일 위기를 겪으며 급기야 다우존스지수에서 빠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 들어 주가가 60% 가까이 떨어지며 올해 다우지수 편입 종목 중 가장 부진한 성적을 거둔 영향이다. ○“다우지수 제외는 예견된 일”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분석가들은 부진한 주가, 미비한 인공지능(AI) 분야 투자 등으로 인텔이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지수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날 인텔 주가는 뉴욕증시에서 8.8% 하락한 주당 20.10달러에 마감했다. 2013년 후 최저 수준이다.
로이터통신은 인텔이 다우존스지수에서 빠지면 주가에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인텔 시가총액은 858억달러(약 115조1600억원)로 1000억달러 밑으로 내려앉으며 세계 10대 반도체 기업에서 밀려났다. 인텔 시총은 2920억달러에 달하던 2020년 1월 시총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엔비디아와 비교하면 2021년만 해도 인텔 매출이 세 배 규모였지만 이제는 절반에 불과하다.
인텔이 ‘역대급’ 구조조정안을 내놨지만 시장 반응은 미지근하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4분기부터 배당을 중단하고 전체 인력의 15%를 감축하겠다는 등의 계획을 지난달 발표했다. 겔싱어 CEO는 “가장 큰 규모의 인텔 구조조정”이라고 CNBC에 말했다. 하지만 일부 분석가와 전직 인텔 이사들은 2021년부터 겔싱어 CEO가 3년 넘게 지휘를 맡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미하고 늦은 조치라고 평가했다. 라이언 데트릭 칼슨그룹 수석시장전략가는 “인텔이 다우지수에서 제외되는 것은 오래전부터 예견된 일”이라며 “최근 부진한 실적은 마지막 압박”이라고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텔 경영진은 이달 중순 이사회를 열어 불필요한 사업을 정리하고 자본 지출을 줄이기 위한 구조조정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2015년 167억달러를 들여 인수한 AI용 반도체 개발기업 알테라를 매각하는 방안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은 알테라를 독립법인으로 분리해 기업공개(IPO)를 추진해 왔다. 320억달러 규모의 독일 공장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는 내용도 담길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 왕좌 내준 인텔사실상의 비상 경영 체제에 들어간 인텔의 행보는 과거 PC 시장 강자였던 인텔의 흔들리는 입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인텔은 PC용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의 절대 강자였다. 2007년 애플 아이폰이 등장하자 정보기술(IT)의 판도는 스마트폰 중심으로 개편됐고, PC 시장은 점차 위축됐다. 이 시기 인텔은 2010년대부터 엔지니어들에게 단기 성과와 원가 절감만 요구하며 기술 경쟁력을 잃었다. 인텔이 2016년 1만2000명에 육박하는 주요 핵심 기술 인력을 내보낸 것도 경쟁 업체에 기술 주도권을 내주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인텔이 패착을 거듭하던 사이 ‘2인자’ AMD는 리사 수를 CEO에 앉혀 인텔의 아성을 위협했다.
2020년대 들어 인텔은 AI 및 반도체 열풍에 적응하지 못했다. 인텔은 2017~2018년 오픈AI 투자 기회를 놓쳤고, 2021년부터 대만 TSMC에 맞서서 진출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부문에서 손실이 늘었다. 지난달 2분기 16억1100만달러 순손실, 전년 대비 매출 1% 감소라는 실적을 발표하며 위기의 심각성이 드러났다.
다우존스지수를 관리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은 인텔의 지수 제외 가능성에 관해 언급을 거부했다. 다우지수는 S&P500지수와 달리 주가를 기준으로 가중치를 부여해 종목 구성 비중을 산출한다. 인텔의 지수 내 가중치는 지난주 기준 0.3%로 가장 영향력이 낮다. 인텔을 대체할 종목으로는 엔비디아와 텍사스인스트루먼트가 거론된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