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도매 쌀값이 10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80㎏당 17만6628원으로 떨어졌다. 1년 전(19만6980원)과 비교하면 11% 낮은 가격이다. 시장 격리 물량 감소와 쌀 소비 위축 여파로 분석된다. 이에 쌀 재배 농가가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재배면적 축소, 수입쌀 사료화 확대 등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4일 전국 광역단체에 따르면 전라남도는 벼 재배면적 감축과 쌀 수급 예측 통계 개선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쌀값 정상화 대책을 지난 2일 정부와 정치권에 건의했다. 2023년산 쌀 재고 물량을 조기에 시장 격리하고 2024년산 쌀 공공 비축 물량 외에 추가적인 시장 격리 대책을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국내 미곡 생산량은 총 360만2609t이다. 이 중 전남이 71만7152t으로 생산량이 가장 많고 충남(70만7425t), 전북(56만6810t)이 뒤를 잇는다. 지난달 26일 기준 전국 쌀 재고 물량(농협 미곡종합처리장 기준)은 33만t(전남 8만7000t)으로 전년보다 20만t가량 늘었다. 오는 10월까지 2023년산 미소진 물량은 전국적으로 10만t(전남 2만8000t)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90만t이던 시장 격리 물량이 올해 60만t으로 줄어든 데다 쌀 소비마저 감소한 여파라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지난해엔 10월까지 전년도 쌀을 다 소비해 미소진 물량이 없었다.
농민들은 2023년산 쌀의 미소진 물량이 많을수록 올 수확철 농협이 매입하는 쌀값이 작년보다 더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의 평균 쌀 매입가는 80㎏당 12만7908원으로 산지 쌀값(20만2796원)의 63% 수준이었다. 2023년산 쌀이 추가로 시장 격리되지 않으면 농협의 올해 매입가는 지난해보다 더욱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충남도의회와 전북특별자치도는 쌀값 하락의 원인을 소비 부진으로 보고 아침밥 먹기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전북농협과 함께 지난달부터 쌀 소비 촉진을 위한 아침밥 먹기 운동에 나섰다. 충남도의회도 ‘우리 쌀 소비 촉진을 위한 아침밥 먹기 운동 촉구 건의안’을 지난달 채택한 뒤 “정부와 지자체가 아침밥 먹기 운동을 확산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재고 대란 속에 쌀값 하락세를 멈추지 못하는 이유는 쌀 관측 통계 오류와 정부의 소극적 시장 격리 조치가 원인”이라며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벼 재배면적을 줄이고 수입쌀 전량 사료화 전환 등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무안·홍성=임동률/강태우 기자 exi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