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영-무신사, K뷰티·패션 핫플 '성수동' 놓고 크게 붙었다

입력 2024-09-04 16:35
수정 2024-09-04 22:00

화장품 유통 1위인 CJ올리브영과 패션 플랫폼 1위 무신사가 K뷰티 주도권을 두고 정면으로 맞붙었다. 전장은 젊은층과 외국인 관광객에 ‘핫플(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서울 성수동이다. 양사 간 신경전은 화장품 브랜드사에 대한 ‘갑질 논란’이 불거지며 공정거래 이슈로 확산하고 있다.

4일 뷰티·패션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올리브영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직접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무신사 측은 올리브영이 무신사가 주최하는 뷰티 행사에 참여하려는 업체들을 대상으로 참여 의사를 철회하도록 압력을 넣은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당초보다 참여업체가 두 자릿수 퍼센트(%) 이상 줄며 업무상 피해를 입었다는 말도 나온다.

무신사는 오는 6일부터 8일까지 성수동 일대에서 오프라인 뷰티 팝업 스토어 최대 행사인 ‘무신사 뷰티 페스타 인(IN) 성수’를 개최할 예정이다. 성수역에서 서울숲을 연결하는 거리에 토탈존·포인트존·맨즈존 등 3개 장소에서 41개 뷰티 브랜드와 메인 팝업을 운영한다.


또 성수동에 있는 ‘아모레 성수’ 등 뷰티 브랜드숍 11곳, ‘갓잇 서울숲점’ 등 인기 맛집 22곳 등도 참여해 샘플 증정과 각종 할인 혜택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뷰티업계에서는 지난달부터 올리브영이 무신사의 뷰티 페스타를 견제하기 위해 업체들의 참여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한 화장품 업체는 ‘무신사 행사에 참여하면 올리브영에서 제품을 빼는 것으로 알겠다’는 압박을 받았다는 취지로 공정위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면밀히 파악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패션에서 뷰티로 영역을 확대해나가는 무신사와 뷰티 유통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려는 올리브영 간 치열한 물밑 다툼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신사는 2021년 ‘무신사 뷰티’를 론칭하고 뷰티 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기 시작했다. 현재 입점 브랜드 수는 1700여개에 달한다. 올 들어 7월까지 무신사 뷰티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90% 급증했다.

양사는 K뷰티 주도권 경쟁의 성패를 쥔 핵심 상권으로 성수동을 지목했다. 성수동은 2020년대 들어 유명 패션·뷰티 브랜드 팝업스토어가 밀집하면서 젊은층과 외국인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무신사는 성수동 일대에서 무신사 스탠다드, 무신사 스퀘어 등 다양한 오프라인 패션 매장을 운영 중이다. 2022년에는 아예 본사를 신사동에서 성수동으로 옮겼다.


올리브영 역시 수년 전부터 성수동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 성수 일대에 올리브영 매장은 5곳에 이른다. 오는 11월에는 성수역 인근 ‘팩토리얼 성수’ 1~5층에 기존 최대 매장인 명동점의 두 배가 넘는 초대형 플래그십 매장을 추가로 오픈할 계획이다.

올리브영은 지난달 서울교통공사로부터 지하철 2호선 성수역 역명 병기 사업권을 10억원에 따내기도 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부터 3년간 성수역은 ‘성수(올리브영)역’으로 표기된다. 무신사는 응찰액 부족으로 사업권 획득에 실패했다.

오형주/이슬기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