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국제도시 도심 공원과 인근 골프장에서 야생동물인 너구리가 잇따라 출몰해 시민들의 우려가 커졌다. 이에 관계 기관은 너구리를 발견하면 모르는 척 지나가야 한다며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4일 인천시설공단 등에 따르면 최근 연수구 송도동 센트럴파크와 해돋이공원 등 도심 공원에서 너구리를 봤다는 시민들의 목격담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온라인상에는 “송도 달빛공원에서 만난 너구리는 흑화했는지 너무 무섭다”, “조깅하다가 깡패를 만난 느낌이라 멀리 피해서 갔다. 무섭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지난달 26일 오전 7시께에는 센트럴파크 호수에 빠진 너구리가 시민 신고로 소방대원에 의해 구조돼 관련 기관에 인계됐다. 그에 앞서 지난달 5일에도 센트럴파크에 나타난 너구리를 포획해달라는 민원 전화가 시설공단에 들어오기도 했다.
너구리는 송도 외곽에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기지와 인근 골프장에서도 자주 목격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골프장 이용객들은 골프 커뮤니티에 “캐디가 쥐포를 줬더니 새끼들을 주려고 하는지 먹지 않고 다 물고 갔다”라거나, “너구리가 캐디와 잘 아는 사이인지 말을 건네니까 다가왔다”는 글을 올렸다.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연수구는 너구리들이 기존 서식지인 농경지나 산림지에서 개발이 진행되자 도심 공원 등지로 넘어온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송도공원에는 지연 생태계가 조성돼있고 천적이 없어 너구리가 많이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송도지역 대규모 공원을 관리하는 인천시설공단은 너구리가 자주 출몰하자 피해 예방 행동 요령을 정리한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현수막에는 ‘야생 너구리 출몰 주의’라는 문구와 함께 “가까이 접근하면 상해를 입을 수 있으므로 발견 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모른 척 지나가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 시설공단은 “야생생물 발견 시 만지거나 먹이를 주면 안 되고 접근하지 말아 달라”며 “반려동물과 산책할 때는 우거진 풀숲을 피하고 목줄을 반드시 채워 야생생물과 접촉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