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에 시위해도 "노조 아냐"…경찰 '직장협의회' 뭐길래

입력 2024-09-04 14:38
수정 2024-09-04 17:31


경찰의 노동조합 격인 조직인 '전국경찰직장협의회'가 수당을 요구하는 소송을 내고 집회를 벌이는 등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단체교섭권이 없는 직장협의회 특성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경찰직협 등에 따르면 직협은 전날 인사혁신처에 휴일수당 제도 개선에 관한 의견서를 냈지만, 인사처는 접수를 거절했다. 직협은 "공무원도 근로자이므로 휴일야간수당과 연장근무수당을 지급받아야 한다"며 "휴일근무수당도 현실에 맞게 인상해야 한다"고 인사처 앞에서 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공무원 수당 규정을 개정해 근로기준법에 준하는 휴일 연장수당 기준을 마련해달라는 것이 골자다.

인사처는 직협이 공식적인 제도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창구가 인사처가 아니라는 차원에서 의견서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직협은 인사처 노사협력담당관실에 의견서를 제출했지만, 해당 부서는 공무원노동조합과 인사처 간 소통을 담당하는 부서이기 때문이다. 인사처 관계자는 "공식 창구인 경찰청에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차원"이라 설명했다.

2020년 처음 설립된 경찰직협은 경찰 내 유일한 노사협의기구다. 경찰은 치안을 유지하고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업무 특성상 노동조합 활동이 금지돼왔다. 다만 2022년 4월 공무원직협법이 개정된 이후 전국 일선 경찰서 등에 설치된 직협의 연합 조직인 전국직협이 설립되면서 힘을 받았다. 직장협의회란 공무원의 근무환경 등을 기관장과 협의할 수 있는 기구를 말한다.

직협은 노동조합과는 달리 노동 삼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의 핵심인 단체교섭권이 없어 활동에 제약이 많다. 직협은 기구 특성상 기관장과의 '협의'만 가능하다.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교섭을 거부하는 경우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될 수 있는 노동조합과는 달리, 협의를 거부한다고 해서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할 수도 없다.

이런 특수성 때문에 활동을 대폭 확대해가는 와중에도 실질적인 빛은 아직 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찰직협은 지난달 정부를 상대로 시간외근무수당 등 미지급 수당을 돌려달라며 전·현직 경찰 600여명을 모아 소송을 내기도 했다. 다만 직협 회원 수는 2022년 12월 출범 당시 5만3000명에 달했다 지난 7월 기준 2만5000명까지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경찰직협 활동이 노조와 유사하게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직협은 홈페이지 주소에도 '노조(nojo)'를 포함해 사실상의 경찰 노조로 자신을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찰공무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공무원노조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