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비디아' 믿었는데…하루 만에 374조 날아갔다 '패닉'

입력 2024-09-04 09:53
수정 2024-09-04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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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 주가가 3일(현지시간) 하루 만에 10% 가까이 하락했다. 투자은행들이 제기한 AI 거품론, 다시 고개를 든 미 경기 둔화 우려 등 악재가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미 사법당국이 반독점 조사를 위해 엔비디아 등에 소환장을 발부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는 추가 하락했다. 美 증시 최대 일일 손실액 이날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9.53% 하락한 10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만에 2789억달러(약 374조원)가 증발했다. 미 증시 사상 최대 규모 일일 손실액이다. 지난달 28일 2분기 실적발표 전과 비교했을 때는 3거래일 만에 14.01% 떨어졌다.

JP모간체이스와 블랙록이 제기한 'AI 거품론'은 주가 하락의 불씨를 댕겼다. 마이클 쳄발레스트 JP모간 자산운용 투자전략부문 회장은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서 "과거 수십년 동안 시장을 선도했던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변곡점에 도달한 후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면서 시가총액이 감소했다"라며 엔비디아 비관론을 제기했다.

쳄발리스트 회장은 엔비디아의 AI 인프라 투자 규모가 2년 내에 2000년대 초 닷컴버블 당시 IT기업 시스코에 필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AI인프라 투자가 수익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12~18개월 내에 AI기업들의 초점이 기본 모델과 챗봇 '학습'보다는 기업 고객을 위한 생산 모델을 실행하는 '추론' 작업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실제 AI 도입은 개발·파일럿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미국 기업들의 실제 AI 활용 사례는 지난해 10월부터 5개월간 오히려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년 이내에 기업의 AI 도입 추세가 더 높은 수준(추론 단계)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모든 자본이 메타버스같은 결말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쳄발리스트 회장은 "엔비디아가 현재 고급 AI 칩 시장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현재 경쟁 제품을 판매하거나 출시할 계획인 경쟁업체가 여러 곳 있다"라며 AMD, ARM, 인텔, 아마존, 구글 등을 사례로 들었다. 2년 내에 기업들의 AI 활용 수준이 올라간다고 하더라도 엔비디아가 지금의 점유율을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블랙록 역시 "매출 성장 둔화나 AI 도입 둔화 등 (AI 투자에 대한) 관점을 바꿔야 할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라며 AI 투자 신중론에 무게를 실었다. 블랙록은 "일부 대기업이 새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AI 처리 능력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기 위해 자본 투자를 할당했다"라며 "이러한 계획이 완료되려면 몇 분기가 아니라 몇 년이 걸린다"고 내다봤다. 법무부, 엔비디아 공식 소환장 보내다시 고개를 든 미국 경기 둔화 가능성도 미 증시 전반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날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한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2로 예상치 47.5를 밑돌았다. ISM PMI는 지난 4월부터 5개월 연속 50을 밑돌며 경기 침체 신호를 보내고 있다. 티머시 피오레 ISM 협회장은 "통화정책과 대선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업들이 자본 및 재고 투자를 꺼리고 있고 수요는 여전히 부진하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지표는 지난 8월 미 증시를 덮친 경기 침체 우려를 다시 불러왔다. 아룬 사이 픽셋자산운영 멀티에셋 전략가는 "(지난 8월 제기된) 성장 둔화 우려가 너무 빨리 사라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미국 법무부가 반독점법 위반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엔비디아를 포함한 기업들에 소환장을 보냈다는 소식에 엔비디아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2% 넘게 하락했다.

앞서 법무부는 기업들에게 설문지를 보내는 데 그쳤으나 이번에는 정보 제공 의무가 있는 구속력 있는 명령을 내리며 조사 강도를 높인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정부가 공식 고발을 시작하는 데 한걸음 더 다가섰다"라고 평가했다.

법무부는 지난 6월 연방거래위원회(FTC)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등 AI기업의 반독점 혐의 조사에 착수했다. 반독점 당국은 엔비디아가 자사 AI 칩을 이용하지 않는 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등 공급업체를 바꾸지 못하도록 강제하고 있는지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