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의 날갯짓, 반클리프 아펠의 상징이 된 이유[류서영의 명품이야기]

입력 2024-09-25 14:08
수정 2024-09-25 14:09
류서영의 명품이야기-반클리프 아펠③


반클리프 아펠의 광고에서 꽃에서 꽃으로 날아다니는 나비가 생생한 컬러로 꽃밭을 물들이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이 우아하고 영원한 자연을 떠올리게 하는 나비 모티브는 1906년부터 반클리프 아펠과 함께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섬세한 실루엣으로 표현되고 있다.

반클리프 아펠은 나비의 가벼운 날갯짓을 통해 생명이 가진 다채로운 아름다움을 표현하려 했다. 끊임없는 나비의 비행, 섬세한 날갯짓으로 그리는 우아한 원무, 나비의 생기 있는 모습을 화려한 보석으로 표현했다.


1920년대부터 반클리프 아펠은 다이얼을 숨긴 탁월한 노하우와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담긴 시크릿 워치를 출시했다. 기발한 디자인으로 반클리프 아펠의 트랜스포머블 작품을 돌리고, 들어 올리고, 오픈하고, 밀어내는 순간 우아하게 움직이는 시간이 비로소 그 모습을 드러낸다. 물론 시간을 가리키는 다이얼 부분은 갖가지 화려한 보석들로 장식한다.


1926년에 만들어진 ‘아르데코 파니에 플뢰리 샤틀렌’은 플래티넘 소재에 다이아몬드와 사파이어, 에메랄드, 루비, 오닉스 보석으로 장식한 펜던트가 달린 브로치의 형태지만 펜던트의 뒷면에 작은 시계 다이얼이 부착되어 있었다. 반클리프 아펠은 1920년대 말 보석 팔찌 속에 화려한 여성용 시계 다이얼을 부착한 주얼리 손목시계를 발표했다.

당시 기존의 시계 브랜드들은 시계의 복합적인 기능을 중시한 반면 반클리프 아펠은 시계와 팔찌를 접목한 화려한 보석 디자인에 집중했다. 그 결과 상감, 커팅과 세팅, 래커링(Lacquering·광택내기), 핸드 인그레이빙(Hand Engraving·손으로 문자를 새겨넣는 것) 등 보석 디자인에 쓰이는 기술들을 사용했다. 까데나 워치, 시대 초월한 시그니처반클리프 아펠의 까데나 워치는 1930년대 번영했던 화려한 아방가르드를 배경으로 만들어졌고, 이 시계는 1935년부터 반클리프 아펠의 시대를 초월한 시그니처가 되었다.

20세기 초에는 여성들이 공개적으로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 우아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여겨졌다. 그런 이유로 창업자 반클리프 아펠 부부의 딸인 아티스틱 디렉터 르네 퓌상은 착용자만 확인할 수 있는 각진 다이얼의 섬세하면서도 우아하고 모던한 시계를 만들었다.


까데나 워치는 간편한 동작 하나만으로 고급스러운 주얼리에서 독창적인 시계로 변신했다. 까데나 워치는 아름다움과 기능을 완벽하게 표현했고, 자물쇠 모양의 클래스프로 완성되는 독창적이고 정교한 주얼리 시계였다. 반클리프 아펠은 까데나 워치를 통해 시간을 초월하는 아름다움을 선보이고자 했다. 1930년대 많은 사랑을 받은 화려한 시계는 21세기까지 수십 년을 거쳐 이어져 내려오며 가장 오랫동안 메종을 대표하는 모던한 감각의 시계가 되었다.

반클리프 아펠은 1940년 초 생기 넘치고 자애로운 매력의 페어리 디자인을 발표했다. 날개 달린 실루엣의 신비로운 페어리들은 반클리프 아펠과 함께 오랫동안 메종의 역사를 함께했다. 반클리프 아펠의 주얼리 장인 맹 도르는 은은하게 빛나는 골드와 실버 다이아몬드를 사용해 최초의 페어리 클립을 완성했다.


섬세한 로즈 컷 다이아몬드로 빛나는 얼굴과 큰 두 날개를 가진 페어리가 방돔 광장의 밤하늘을 향해 마술 지팡이를 들어 올려 영원히 꺼지지 않는 눈 부신 빛의 마법을 표현하려 했다.

1941년 반클리프 아펠은 최초의 댄서 클립을 선보이면서 댄스에 대한 열정을 표현했다. 루이 아펠이 방돔 광장 부근의 가르니에 오페라 하우스에 발레를 관람하러 간 것을 계기로 반클리프 아펠과 댄서 사이의 깊은 인연이 시작되었다. 그 후 세계의 유명한 발레 작품들은 반클리프 아펠에 깊은 영감을 주었다. 반클리프 아펠은 발끝으로 서서 쉼 없이 회전하는 듯한 발레리나의 모습을 통해 발레의 우아하고 서정적인 움직임을 정밀하게 클립에 묘사했다.

완벽한 아라베스크 자세를 비롯해 깃털처럼 가벼운 주테(jeté), 우아한 앙트르샤(entrechat)와 같이 발레리나의 서정적인 몸짓들이 반클리프 아펠의 전문 기술을 통해 아름답게 표현되었다. 주얼리와 발레는 완벽을 추구하며 정확성과 기교를 중시한다는 면에서 공통점이 있다. 반클리프 아펠은 발레리나의 의상을 작은 디테일이나 질감까지도 놓치지 않으려 했고, 수천 가지 컬러의 빛을 발산하는 아름다운 드레스를 화려한 보석으로 완성했다. 로즈 컷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얼굴은 우아한 발레리나의 상징이 되었다.


특정한 시간에 다리 중앙에서 키스

요즈음 반클리프 아펠에서 가장 인기 있는 디자인은 알함브라, 빼를리, 프리볼 컬렉션을 손꼽을 수 있다. 반클리프 아펠의 프리볼 컬렉션은 가벼움을 더해 섬세하고 생기 가득한 꽃을 활짝 피워내는 형태로 하트 모양의 꽃잎과 미러 폴리싱 처리된 골드 소재가 어우러진 비대칭 디자인이다.

미러 폴리싱 기법은 골드 소재로 만들어진 제품에 광채를 더욱더 돋보이게 하는 기법이다. 이 기법은 1920년대부터 반클리프 아펠이 계승하고 있으며 장인들이 완벽을 향해 거듭해온 피땀 어린 결과이다. 미러 폴리싱 처리된 골드 제품들은 빛의 흐름과 강렬한 반사, 광채뿐만 아니라 제품들이 품고 있는 곡선과 볼륨을 더욱더 돋보이게 한다.

엑스트라오디너리(Extraordinary·비범한) 다이얼이 사용된 대표적인 제품은 퐁 데 자모르이다. 이 시계는 ‘예술의 다리로 불리는 파리의 아름다운 퐁데자르 다리에서 재회한 두 사람이 1분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키스를 나눈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산을 든 여성과 꽃을 든 남성이 부드러운 빛으로 물든 건물을 지나 각각 시간과 분을 알리며 양끝에서 중앙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특정한 시간에 중앙에 있는 다리에서 만나 키스를 하는 신선한 방법으로 시간을 알려준다.

이 시계는 사랑 이야기를 시계에 새롭게 부여해 2010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올해의 시계상을 수상했다. 2024년 레이디 아펠 퐁 데 자모르 워치는 2억600만원에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자료 참조: 반클리프 아펠 홈페이지

류서영 여주대 패션산업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