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발(發) 무역전쟁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일본을 비롯한 동맹국들에 대중국 반도체 제재 강화 동참을 압박하는 가운데 중국이 추가 제재를 하면 심각한 경제보복에 나서겠다고 일본에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2일 블룸버그통신은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고위 당국자가 일본이 중국 기업에 대한 반도체 장비 판매 및 유지·보수를 추가로 제한하면 심각한 경제보복을 하겠다고 일본 측에 여러 차례 전했다고 보도했다. 도요타자동차는 정부 관계자들에게 비공개로 중국 정부가 새로운 반도체 제재에 대응해 자동차 생산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 접근을 차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최대 자동차 제조사인 도요타는 일본 반도체 정책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그간 미국은 도쿄일렉트론 등 일본 기업이 중국에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를 판매 및 유지·보수하지 못하도록 추가 제재를 하기 위해 일본 정부를 압박해왔다. 미국은 일본과 연말까지 합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은 다른 나라에서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기술 등을 조금이라도 사용했으면 수출할 때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한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 적용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블룸버그의 보도에 미국 및 일본 당국과 도쿄일렉트론 등은 별도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도요타는 지속적으로 최적의 조달전략을 고려하고 있으며 이는 광물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경제보복에 관한 보도에 ‘금시초문’이라고 밝혔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그 소식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모른다”며 “중국은 시종 글로벌 산업·공급망 안정에 힘써왔고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수출 통제 조치를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개별 국가(미국)가 자기 패권을 지키기 위해 정상적 경제·무역을 정치화·안보화해 다른 나라가 대중국 과학·기술을 봉쇄하도록 압박하는 데 반대해왔다”고 덧붙였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