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조기 총선 이후 내각을 구성하지 못한 가운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베르나르 카즈뇌브 전 총리(사진)에게 차기 총리직을 제의했다. 카즈뇌브 전 총리는 2017년까지 프랑수아 올랑드 정권의 마지막 총리를 지냈다. 마크롱 대통령은 2일 카즈뇌브 전 총리와 면담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마크롱 정부는 카즈뇌브 전 총리를 새 내각 수장으로 추대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최근 총선에서 승리한 프랑스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과 르네상스당이 이끄는 범여권 등과 논의 중이다. 엘리제궁의 한 관계자는 르몽드에 “카즈뇌브 전 총리는 의회 양쪽 진영이 극렬하게 반대하지 않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온건 좌파 성향의 카즈뇌브 전 총리는 2022년 사회당이 극좌 성향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와 연대한 데 항의해 사회당을 떠났다.
프랑스 정부는 내년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임시 행정부 체제의 파행을 지속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다수당 NFP가 추천한 파리시 재정국장 루시 카스테트 총리 후보의 임명을 거부했다. 카스테트를 임명하면 르네상스와 강경 우파 국민연합(RN)이 손잡고 곧바로 내각불신임을 강행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의회가 좌파 연합, 우파-중도, 강경 우파 세 진영으로 삼등분된 탓에 프랑스는 총선을 치른 지 한 달 반이 지나도록 정부를 구성하지 못했다.
카즈뇌브 전 총리는 올랑드 정부 시절인 2014~2016년엔 내무부 장관으로, 당시 경제산업디지털부 장관이던 마크롱 대통령과 일한 경험이 있다. 지난달 초 마크롱 대통령실 관계자를 만난 카즈뇌브 전 총리는 “국가의 우려스러운 상황을 고려할 때 의무를 다할 준비가 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최근 자신들의 정책적 요구를 수용하라는 정치권 각 진영의 압력이 높아지자 총리직을 고사할 뜻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또 다른 총리 후보인 보수 정치인 그자비에 베르트랑 전 장관을 만날 예정이다. 베르트랑은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시절 보건장관을 지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