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오아시스가 15년 만에 재결합을 선언하며 공연계가 들썩이는 가운데, 콘서트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티켓 가격을 급등시킨 원인인 '다이내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 시스템을 두고 영국 정부가 조사에 나섰다.
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다이내믹 프라이싱으로 인해 티켓 구매자들의 지적이 잇따르면서 가격 책정 관행에 문제가 없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오아이스가 내년 7월과 8월,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총 17번 진행하는 콘서트 티켓 예매는 지난달 31일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브릿팝의 전설'로 불리는 오아이스가 재결합 소식을 전하면서 수백만명이 예매 사이트에 몰렸다.
동시에 암표도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사전 예약으로 판매된 티켓이 몇 분 만에 6000파운드(약 1055만원)가 넘는 가격에 재판매되기 시작한 것. 티켓 공식 가격은 장당 73~506파운드(약 13만~89만원) 수준이다. 사전 예약 판매 티켓이 온라인상에서 40배가 넘는 가격에 재판매되자 오아시스는 성명을 내고 암표는 취소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몇몇 사이트는 '다이내믹 프라이싱 시스템'을 사용해 애초 책정된 가격보다 세배 가까이 티켓을 팔았다. 150파운드(약 26만원)로 책정된 스탠딩 좌석은 몇 시간 만에 355파운드(약 62만원)까지 올랐고, 아일랜드 콘서트 티켓은 예매 시작 당시 86.5유로(12만8000원)였던 것이 415.5유로(61만4000원)까지 치솟았다.
다이내믹 프라이싱은 수요와 공급 상황, 경쟁사의 가격 등을 고려해 티켓 판매가격을 수시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주로 호텔, 항공편 예약에서 사용된다.
티켓 판매사인 티켓마스터 UK는 오아시스 공연표 판매에 이 시스템을 적용했다고 인정하면서 이는 '시장 가치에 더 가까운 가격을 책정하고 암표를 막기 위해 고안된 시스템'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도 이런 판매 관행 비판에 나섰다.
노동당 소속 데이비드 베인스 의원은 "판매사가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이용해 팬들에게 바가지를 씌우고 현금을 긁어모으고 있다는 것이 충격적"이라고 했고, 자유민주당 소속 제이미 스톤 의원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문화적 순간이 탐욕스러운 기획자와 티켓 판매 사이트에 의해 터무니없는 고수익 상품으로 변질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면서 감시기관이나 의회 차원에서의 공식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커지자 영국 정부는 다이내믹 프라이싱 방식이 공정한지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리사 낸디 문화부 장관은 "팬들이 좋아하는 밴드의 라이브 공연을 즐길 기회를 배제하는, 엄청나게 폭등한 티켓 가격을 보는 것은 우울했다"며 "정부는 앞으로 티켓 재판매와 관련한 협의에서 다이내믹 프라이싱 적용과 관련 기술의 투명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1991년 결성된 오아시스는 2009년 해체할 때까지 정규 음반 7장을 모두 영국 차트 1위에 올리고, 전 세계적으로 9000만장 이상의 음반 판매량을 올리는 등 큰 인기를 누렸다.
'돈트 룩 백 인 앵거'(Don’t Look Back in Anger), '리브 포에버'(Live Forever) 같은 히트곡을 남겼으나 밴드의 주축인 노엘·리암 갤러거 형제 사이의 불화로 해체했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재결합 소식을 알리며 내년 7월 투어 일정을 공개했다. 투어는 내년 7월 4~5일 웨일스를 시작으로 맨체스터와 런던에서 각 4일, 에든버러와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각 2일을 거쳐 8월 17일에 마무리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