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두면 돈 된다"…발 빠른 부자들 뭉칫돈 들고 '우르르'

입력 2024-09-02 10:58
수정 2024-09-02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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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는 도미노 효과를 불러일으켜 신흥국 시장에 자본 홍수를 불러올 것입니다(프라몰 다완 핌코 신흥시장 채권 책임자)"

채권 시장 큰손들이 신흥국 채권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자금 조달 여건이 개선되면 최근 수년간 부진했던 신흥국 채권 시장에 다시 자금이 몰릴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부진한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에콰도르는 성공 사례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핌코, 뉴버거버먼, 그랜덤메이요반오타루(GMO) 등 투자기업들은 에콰도르·아르헨티나 등 경제개혁에 나선 국가들의 채권 비중을 늘리고 있다.

지난달 신흥국 채권 가격 상승률은 2.3%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1년간 신흥국 채권 투자 수익률은 달러 채권의 절반에 못 미치며 저조했다. JP모간체이스에 따르면 올해 신흥국 채권 자금은 전년 대비 150억달러(약 20조원) 순유출됐다. 2022년 900억달러, 2023년 310억달러 대비 순유출 규모는 감소했지만 3년째 유출이 지속됐다.



신흥국 채권이 그간 약세를 보인 요인으로는 멕시코 페소화, 브라질 헤알화 등의 통화 가치 급락, 글로벌 캐리트레이드(금리가 낮은 통화로 자금을 조달해 금리가 높은 나라의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거래) 청산 등이 꼽힌다. 지난 2분기 브라질과 멕시코 국채 가격은 각각 10.7%, 9.6% 하락했다.

멕시코 페소는 지난해까지 미국의 니어쇼어링(인접국으로 생산 기지 이전) 기대감으로 강세를 보이며 '슈퍼 페소'로 불렸다. 그러나 올해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이 집권, 집권여당인 국가재건운동(MORENA·모레나)이 반(反)시장적 개혁 조치를 발표하면서 약세로 돌아섰다. 브라질 헤알화 가치 역시 재정 적자 우려가 커지면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반면 에콰도르·아르헨티나 등 경제 개혁을 추진하는 남미 국가들은 신흥국 채권 투자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말 집권한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강도 높은 재정 개혁을 단행하면서 올해 2분기 국채 가격이 12.1% 상승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11.6%) 이집트(11.2%) 등 아르헨티나의 뒤를 이어 채권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국가들도 재정 개혁에 적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르키 우르퀴에타 노이버거버먼 신흥시장 채권 책임자는 "정부 개혁이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한 신흥국 채권 투자가 수익을 거둘 여지가 많다"리며 "무위험 채권과의 가격 차이(스프레드)도 줄어들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지금 투기등급 채권 매수 시 고점 잡힐 수도…환차손 감안해야 올해 신흥국 채권 수익을 주도한 것은 투기 등급 채권(18%)으로 투자등급(9%) 채권 수익률의 2배에 달했다. Fed가 금리 긴축 정책에서 완화 정책으로 피벗(통화 정책 전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고위험 채권에 자금이 몰린 결과다.

다만 투자 전문가들은 지금 투기등급 채권을 투자할 경우 고점 매수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새미 무아디 티로우프라이스 신흥시장 채권 책임자는 "높은 명목 수익률을 얻기 위해 투기등급 채권을 보유할 수 있지만, 투기등급 채권이 '매우 저렴한' 상황은 지났다"라고 평가했다.

환차손 역시 신흥국 채권 투자자들이 경계해야 하는 요소 중 하나다. 해당국 환율이 떨어진다면 수익률이 높더라도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완 핌코 신흥시장 채권 책임자는 "헤지(가격 변동성 제거)하지 않은 채 현지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면 변동성을 모두 떠안는 셈"이라고 경고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