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가 압도적인 실력과 에너지로 또 한 번 '공연 강자'임을 입증했다. 150분간 32곡을 소화하면서도 지치는 기색 하나 없이 열정적인 '라이브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무대를 씹어먹겠다"는 약속을 그대로 지켜냈다. 땀은 흐르지만, 숨은 전혀 헐떡이지 않는 모습에서 이들의 저력이 느껴졌다. 자랑스러운 새 월드투어 출발의 순간이다.
스트레이 키즈(방찬, 리노, 창빈, 현진, 한, 필릭스, 승민, 아이엔)는 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 DOME(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새 월드투어 '도미네이트(dominATE)'를 개최했다. 이번 공연은 지난달 24~25일, 31일에 이은 4회차다.
이번 월드투어는 전 세계 18개 지역 42회 규모의 두 번째 월드투어 '매니악(MANIAC)' 이후 새롭게 선보이는 단독 콘서트 투어로, 전 세계 팬들의 기대감을 증명하듯 공연 티켓은 전 회차 전석 솔드아웃을 기록했다.
객석을 꽉 채운 팬들은 시작부터 뜨거운 호응을 보냈다. 공연장 좌우로 끝과 끝까지 길게 뻗은 와이드 스크린에 멤버들이 나타나자 함성이 쏟아졌다. 압도적인 규모의 스크린은 현장감을 배로 끌어 올렸다. 멤버들이 뻗은 손이 마치 객석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이 사실적으로 펼쳐지자 팬들은 열광했다.
공연명 '도미네이트'에는 세계 곳곳을 무대로 누비는 스트레이 키즈가 말 그대로 스테이지를 씹어 먹겠다는 포부가 담겼다.
공연명에 걸맞은 소름 돋는 오프닝이었다. 날카롭게 내리꽂히는 조명보다 더 짜릿한 빛을 내는 건 '공연 강자' 스트레이 키즈의 기세였다. 귀가 먹먹할 정도의 힘 있는 밴드 사운드가 터져 나왔고, 이후 30여명의 댄서와 함께 등장한 스트레이 키즈는 '마운틴스(MOUNTAINS)'로 강렬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멤버들은 에너지를 아끼는 법을 모르는 듯 초반부터 격렬하게 안무를 소화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대표적인 '실력파 그룹' 스트레이 키즈가 펼쳐 보이는 라이브 퍼포먼스는 그 자체로 강력한 쾌감이었다.
'마운틴스'에 이어 '소리꾼', '쨈(JJAM)'까지 열정적으로 오프닝을 꾸민 멤버들의 얼굴에서는 굵은 땀방울이 흘렀다. 밴드 편곡된 곡들은 이들의 실력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방찬은 "오늘 열기가 장난이 아니다"라며 놀랐다. 승민은 "무대를 맛있게 씹어먹어 봤는데 어땠냐"며 팬들의 반응을 살폈고, 리노는 "워밍업이니까 이제부터 여러분들의 발전해 나가는 텐션을 지켜보겠다"고 재치 있게 말했다.
'디스트릭트9 : 언락(District9: Unlock)', '매니악'에 어느새 세 번째 월드투어를 내놓게 된 스트레이 키즈는 "여러분 덕에 더 커진 스케일로 함께할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고 인사했다. "역대급 투어의 시작을 여러분들과 함께하게 된 만큼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새로운 무대도 많이 준비해봤다"는 한의 자신감 넘치는 멘트와 함께 혼이 쏙 빠지는 무대가 쉼 없이 눈앞에 펼쳐졌다.
열정과 실력으로 중무장한 공연은 감탄의 연속이었다. 실제 문을 활용한 연출을 가미한 '백 도어(Back Door)' 무대에서는 팬들의 우렁찬 떼창이 터져 나왔고, 멤버들이 캐딜락을 타고 등장하며 시선을 끈 신곡 '칙칙붐(Chk Chk Boom)'은 무대가 부서져라 에너지를 쏟아내는 멤버들과 우레와 같은 환호를 내뱉는 팬들의 조화로 완성돼 또 한 번 소름 돋는 전율을 안겼다. 힙합 바이브가 가득한 '탑라인(TOPLINE)'을 부를 땐 관객 모두가 기립해 스트레이 키즈와 하나가 되어 공연을 즐겼다.
멤버 각각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솔로 무대도 준비됐는데, 전부 미공개 곡으로 특별함을 더했다. 일렉트릭 기타를 메고 선 한은 '홀드 마이 핸드(Hold my hand)'를 부르며 시원시원한 보컬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리노는 댄서들과 합을 맞추며 청량하고 상큼한 분위기의 '유스(Youth)'로 팬들을 웃음 짓게 했고, 승민은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하며 감미롭고 섬세한 보컬로 '그렇게, 천천히, 우리'를 불렀다.
현진은 다크하면서도 힙한 매력의 '소 굿(So Good)'으로 아티스틱함을 강조했다. 방찬은 심오하고 치명적인 분위기로 '레일웨이(Railway)'를 소화했다. 무대 도중 상의를 탈의해 팬들의 우렁찬 환호를 끌어내기도 했다. 아이엔은 감각적인 퍼포먼스가 돋보이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을, 필릭스는 깊은 감성적 면모가 두드러지는 '언페어(Unfair)'를 선보였다. 끝으로 창빈은 귀에 쏙 박히는 강렬한 비트감이 흥을 돋우는 '울트라(ULTRA)'로 다시금 분위기를 달궜다.
공연이 후반부를 향해 달려감에도 스트레이 키즈의 '폭룡적(굉장한 기세를 일컫는 신조어)' 기세는 잦아들 줄을 몰랐다. '죽어보자', '아이템(ITEM)'에 이어 '도미노(DOMINO)'를 선보일 때는 속도감 있는 랩을 거침없이 뱉어내는 멤버들에 맞춰 자리에서 일어난 팬들이 앞뒤로 몸을 흔들며 장내 온도를 한껏 올렸다. '특' 무대에서는 고막이 찢어질 듯한 떼창이 이어져 입을 떡 벌어지게 했다.
공연을 마치며 승민은 "앨범을 내고 새 투어를 준비하면서 스트레이 키즈의 새로운 챕터를 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멤버들이랑 많은 스태프분들과 머리를 맞대고 열심히 준비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방찬은 "여러분들의 함성과 열정이 큰 힘이 됐다"며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어 현진은 "새 챕터가 열렸다는 건 또 많은 추억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앞으로 즐거운 추억을 많이 쌓아보자"고 덧붙였다.
창빈은 "우리는 이제 무대에 서기 전에 떨리지 않는다. 그냥 설레고 하고 싶은 마음뿐인데, 이번에는 긴장했다. 첫 번째 서울 공연을 한다고 했을 때 긴장을 많이 한 상태로 무대에 올랐다. 그런데 스테이가 같이 뛰어놀아 주는 모습을 보면서 무대를 씹어먹을 수 있게 됐다. 투어명처럼 우리 스트레이 키즈는 무대를 씹은 것 같고, 스테이는 관객석을 씹어먹었다"고 말했다.
이어 "휴대폰 충전하듯 여러분한테 충전 받았다. 이 에너지를 받아 남은 투어 건강하고 재밌게 즐기다 오겠다"고 외쳤다. 아울러 그는 "팬미팅에서 '마의 7년' 걱정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스트레이 키즈가 되어 기쁘다"고 덧붙여 팬들을 기쁘게 했다.
서울 공연을 끝낸 스트레이 키즈는 싱가포르 내셔널 스타디움, 멜버른 마블 스타디움, 시드니 알리안츠 스타디움, 가오슝 내셔널 스타디움, 방콕 내셔널 스타디움,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마디아 스타디움을 비롯한 스타디움 무대에 서고 영향력을 확장한다.
28일(현지시간) 싱가포르, 10월 19일 호주 멜버른, 26일 시드니, 11월 2일 대만 가오슝, 11월 14일과 16~17일 일본 도쿄, 23일 필리핀 마닐라, 29~30일 마카오, 12월 5일과 7~8일 일본 오사카, 14일 태국 방콕, 2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2025년 1월 18~19일 홍콩에 이어 향후 라틴 아메리카, 북미, 유럽 개최 지역을 추가로 발표할 예정이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