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독점하던 주파수, 모든 산업에 개방

입력 2024-09-01 18:04
수정 2024-09-02 00:49
그동안 통신사만 할당받던 주파수가 전 산업에 개방된다. 통신 기술이 디지털 혁신을 가속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산업 분야에 최적의 이동통신 주파수를 공급하는 것이 정부가 내놓은 청사진이다. 도심항공교통(UAM), 자율주행차, 6세대(6G) 이동통신 등 신산업을 위한 주파수를 알맞은 시점에 제공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디지털 혁신 서비스 촉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한민국 스펙트럼 플랜(2024~2027년)’을 발표했다.

대한민국 스펙트럼 플랜은 정부의 중장기 주파수 공급·활용 전략이다. 2019년 ‘5G+ 스펙트럼 플랜’ 후 5년 만에 새로운 정책이 나왔다. 이번 계획에선 한정된 자원인 주파수를 핵심 자원으로 삼아 산업·공공 분야에서 디지털 혁신을 가속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그동안 이동통신 서비스를 중심으로 이뤄지던 주파수 공급을 전 산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지금도 이음5G를 활용해 기업들이 자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다양한 통신 기반 서비스를 쓸 수 있다. 하지만 이음5G는 4.7㎓(기가헤르츠)와 28㎓로 주파수가 한정돼 있다. 지역도 제한적이다.

앞으로는 다양한 대역의 주파수를 할당해 기업이 자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 정부는 현재 이용되지 않는 주파수 가운데 160㎒(메가헤르츠)폭과 새롭게 확보 가능한 278㎒폭 등 438㎒를 디지털 혁신 서비스 용도로 개방한다는 목표다. 여기에는 ‘황금 주파수’로 불리는 700~800㎒, 1.8㎓, 2.1㎓ 대역도 포함됐다.

정부는 특정 행정 구역 내에서 드론을 활용해 해안을 정비하고 산사태·홍수 등을 감시하는 ‘드론 특화도시’와 전국 KTX 노선에 철도관제, 선로 등 인프라 감시와 객차 내 엔터테인먼트 등을 제공하는 5G 철도 통신망 등을 예로 들었다. 남영준 과기정통부 주파수정책과장은 “제공할 수 있는 주파수 풀을 만들고 수요가 있으면 필요한 주파수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5G 추가 주파수 할당 검토내년 상용 서비스 시작을 목표로 하는 UAM을 위한 주파수도 공급한다. 먼저 실험·실증을 위해 기존 항공통신용 6㎒폭과 5G용 20~30㎒를 추진한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 통신 방식 표준을 확정하면 알맞은 주파수를 제공할 방침이다. 2027년 예정된 무인·원격 운항 선박 상용화에 맞춰 주파수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자율주행차 확산에 대비한 주파수 확대도 추진한다. 연내 표준이 완성되는 와이파이7 도입을 지원하기 위해 채널당 대역폭을 160㎒에서 320㎒로 확대하는 내용도 담았다.

자동차 속도 측정, 출입 감지 등에 쓰이는 물체감지센서가 공 궤적 추적 등 스포츠 분야와 로봇, 노약자 생활 모니터링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됨에 따라 물체감지센서 용도로 사용 중인 10㎓ 대역의 이용 범위를 실내에서 실외로 넓히고, 66~71㎓ 대역의 추가 확보를 추진한다.

5G 주파수로 제공 중인 3.5㎓와 인접한 300㎒폭은 내년 6월 현재 사용 중인 3G, LTE 주파수 재할당 정책 방향을 세울 때 공급 여부를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 필요시 내년 하반기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통신 3사가 주파수 추가 할당에 소극적이라는 게 변수다. 6G 주파수는 세계전파통신회의(WRC)에서 2027년 6G 이용 가능 대역을 결정한 뒤 주파수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