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은 연금·의료·교육·노동개혁 등 4대 개혁 추진 의지를 재천명했다. 동시에 개혁의 어려움도 토로했다. 윤 대통령이 “개혁은 필연적으로 저항을 불러온다”며 “정치적 유불리만 따지면 하지 않는 것이 훨씬 편한 길”이라고 언급한 게 대표적이다. 그러고는 “국민 여러분도 나라의 미래를 위해 무엇이 옳은 길인지 생각해 주시고, 정부의 노력에 힘을 보태 주시기 바란다”고 개혁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눈앞에 놓인 정치 현안이 적지 않은데도 윤 대통령이 여러 차례에 걸쳐 중·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개혁’을 강조한 것이 주목된다. 개혁과 혁명은 분명히 다르다. 구체제를 무너뜨리고 혁명의 상징이 된 1789년 프랑스 대혁명과 전제 군주국 러시아 제국을 쓰러뜨리고 세계 최초의 공산주의 국가인 러시아 소비에트 공화국을 탄생시킨 1917년 러시아 혁명처럼 혁명은 기존 체제를 완전히 무너뜨리고 새로운 체제를 세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혁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속도’가 중요하다.
반면에 개혁은 기존 체제의 틀을 유지하면서 변화를 추구하는 경우다. 따라서 개혁의 성공 방정식은 혁명과 다를 수밖에 없다. 개혁의 성공은 개혁 추진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역대 정권이 장대한 구상으로 시작해 미미한 결과로 끝낸 소위 ‘개혁’들을 보면 개혁 그 자체가 임기 내에 완료할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또 윤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개혁은 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 그래서 더더욱 시간이 걸리더라도 끈질기게 국민이 공감하는 사회적 합의안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저항을 극복하고 추진력을 확보할 수 있다. 무엇보다 연금·의료·교육·노동의 4대 개혁은 윤석열 정부 임기 내에 완료할 개혁 내용과 이후 계속 완결해 나갈 개혁 내용을 명확히 구분해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기존 체제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혁명은 소수의 주도자가 밀실에서 시작해 폐쇄적으로 진행하더라도 성공한 사례가 있다. 하지만 개혁은 그렇지 않다. 개혁의 성공은 투명성에서 시작해 투명성으로 끝난다. 그 투명성은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요구한다. 연금·의료·교육·노동 현장의 정확한 진단 없는 개혁은 국민의 동의를 받을 수 없다. 그래서 누가 어떻게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혁안을 마련했는지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고, 그들도 상응하는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일련의 의료개혁 현장에 대한 인식 차이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개혁의 요체인 투명성은 형식적 절차의 완결성을 요구한다. 실질이 아무리 좋은 개혁이더라도 형식적 절차에 결함이 있다면 그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고, 정부도 4대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회의 역할을 인정해야 한다. 물론 국회 구성원 스스로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이번 윤 대통령의 4대 개혁을 두고 ‘4+1’이라고 한 평가가 있다. 연금·의료·교육·노동의 4대 과제에 저출생을 포함했다. 아쉬운 것은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를 위한 산업규제 개혁이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아직도 산업 현장에서는 규제로 국내 기업들이 수출에 발목을 잡히고, 일부 공직자의 보신을 위한 처신이 미래 성장동력을 꺼뜨리는 사례를 적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연금·의료·교육·노동의 4대 개혁에 저출생과 산업규제 개혁이 더해져 우리나라의 지속 가능성이 한층 더 담보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