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중국의 'AI 굴기'와 한국

입력 2024-09-01 17:40
수정 2024-09-02 00:23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인공지능(AI)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2019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에게 한 얘기다. 손 회장은 “한국과 일본의 AI 대응이 중국에 비해 너무 늦었다”고 지적했다. 그의 평가대로 중국은 AI에서 한국과 일본을 멀찍이 따돌리고 세계 최강을 넘보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정보혁신재단(ITIF)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고 AI 국가에 오르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양적으론 중국이 미국을 앞섰다. 지난해 AI 논문 수 기준으로 중국과학원과 칭화대가 세계 1~2위에 올랐다. 2010년부터 2022년까지 AI 특허 보유권 수에서 중국(11만5000개)은 미국(3만5000개)의 3배 수준이다. 이 때문에 중국이 남의 기술 베끼기에 급급한 ‘복사기’라는 비아냥은 AI업계에선 사라졌다.

중국은 자체 AI 생태계도 구축했다. 일례로 칭화대는 미국 스탠퍼드대를 벤치마킹해 중국 내 AI 인재의 요람 역할을 했다. 미국 빅테크와 스타트업의 협업 모델을 참고해 중국 거대 기술기업들은 자국 AI 스타트업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투자를 받아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으로 성장한 AI 스타트업이 한둘이 아니다. 지푸AI와 문샷AI, 미니맥스, 바이촨 등이 대표적이다. 지푸AI는 25억달러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중국 내 최대 AI 스타트업으로 발돋움했다. 문샷AI는 미국 오픈AI가 개발한 챗GPT-4 성능을 뛰어넘은 중국어 기반의 챗봇을 개발해 주목받았다. 미니맥스와 바이촨도 중국형 챗GPT 개발에 전력투구 중이다.

이들은 중국의 ‘AI 4대 호랑이’로 불리며 중국을 대표하고 있다. 정부 지원 덕에 중국 AI업계에선 4대 호랑이에 이어 ‘6마리 용’과 ‘10마리 사자’도 곧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유니콘 기업이 전무한 한국 입장에서 보면 여간 걱정스러운 일이 아니다. 다른 선진국과 달리 한국에선 ‘AI 기본법’조차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정인설 논설위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