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에게 부가 집중되며 부자들 사이에서도 자산 격차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발간한 '2022년 대한민국상위 1%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순자산 상위 1% 가구 기준선은 29억2010만원이었습니다. 2020년의 26억1000만원보다 3억원 이상이 증가한 액수입니다. 같은 기간 상위 10% 가구의 순자산은 1억원 증가하는데 그쳤고, 채 10억원이 되지 않았습니다.
사회 곳곳에서도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자소득 상위 1%는 전체 이자소득 중 46.5%를 차지합니다. 국내 주식시장의 상위 1%가 전체 내국인 상장주식의 53%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상위 1% 가수들이 벌이 들이는 수입은 전체 가수 업종 소득의 53%에 달합니다. 이러한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벌어지고 있습니다.
부동산도 마찬가지입니다. 강남권 아파트 가격은 일반인이 접근하기 힘든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강남구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22억7738만원으로 전국 평균 매매가격인 4억5550만원의 5배가 넘어갑니다.
고가 아파트와 저가 아파트 간의 가격 격차를 확인할 수 있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5분위 배율 역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5.27(2024년 7월 기준)로 집계됐습니다. 상위 20%의 아파트는 하위 20% 아파트보다 5.27배 비싸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거래 현장에서 상황을 살펴보면, 최근 들어서는 고가 아파트와 저가 아파트의 양극화보다는 고가 아파트 사이의 양극화가 더욱 심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대표 아파트인 '아크로리버파크'와 '래미안원베일리' 전용면적 84㎡는 50억원 넘는 금액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아직 실거래 신고는 되지 않았지만 60억원에 계약됐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이들 아파트 가격은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고 있지만, 다른 강남권 아파트들의 사정은 그렇지 않습니다. 서초구 잠원동에서 가장 최근에 입주한 '신반포르엘(2023년6월)'의 전용 84㎡ 매매가는 34억원에 그칩니다. 강남구의 경우 재건축을 추진하는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를 제외하면 가장 가격이 비싼 곳은 대치동의 '래미안대치팰리스'입니다. 이 아파트 전용 84㎡는 최근에 신고가를 경신하며 36억원에 거래되었습니다.
같은 강남이라는 생활권을 공유하고 있지만 상품성과 규제로 인해 강남 내에서도 아파트들 간의 가격 차이는 많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강을 바라볼 수 있다는 입지적 여건과 함께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는 후진국형 규제가 이러한 가격 차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규제가 계속되는 한 주택시장의 양극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에 관심이 많이 가는 이유는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대명제에 어긋나기 때문일 겁니다. 인구와 기업이 계속 늘어나는 수도권은 아파트 가격이 안정적으로 상승하는 반면 인구와 기업이 줄어드는 지방은 침체된 주택시장을 회복하기가 어렵습니다. 지방의 주택을 팔고 수도권의 아파트를 사려는 행렬은 올해에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되는 점은 같은 지역내에서의 양극화입니다. 같은 지역내에서 아파트 가격에 차이가 커져간다면 이는 타 지역의 아파트 가격 차이보다 더 심각한 박탈감을 유발할 것입니다. 가깝게 있어 바로 눈에 보이는 아파트가 내 아파트보다 2배 가까이 비싸다면 어떤 심정이 들까요.
조금이라도 좋은 아파트를 구입하고 싶은 자산가들의 수요를 생각한다면 자산가치가 높은 아파트들 간에도 양극화는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터무니없는 규제로 인해 고가 주택 수요가 특정 지역에 집중돼 양극화가 발생한다면 과감하게 규제를 완화해야 합니다.
특정 지역에 주택 수요가 몰리고 주변보다 과도하게 비싼 가격으로 거래된다면 주택시장 안정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기 힘듭니다. 주택시장 안정이 정부의 주택 정책의 목표라면 강남을 중심으로 여전히 남아있는 후진국형 규제를 해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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