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 파벨 두로프가 프랑스에서 예비기소되자 러시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면서 주로 사용했던 통신 수단이 텔레그램이었는데 두로프가 암호화 정보를 푸는 방법이라도 털어놓게 되면 러시아의 주요 군사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텔레그램은 그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도청을 피해 사용하던 전장의 주요 소통 창구 역할을 맡아 왔다. 러시아는 암호화되지 않은 무선 트래픽이 우크라이나에 의해 비교적 쉽게 도청되자 이를 피해 텔레그램을 선택했다.
텔레그램 본사는 러시아와 우호적인 관계인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자리를 잡고 있다.
러시아군은 휴대전화 네트워크나 스타링크 위성 터미널을 이용해 텔레그램에 접속하고 있다. 군에 드론, 야간 투시경, 차량 등의 원조를 제공하는 의용병들도 텔레그램을 활용해 운용되는 상황.
러시아에선 두로프가 조사 과정에서 텔레그램 암호화 정보를 푸는 방법을 털어놓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알렉세이 로고진 러시아 의회 고문은 "정보 전송, 대포 조준 등 많은 일들이 텔레그램을 통해 주로 이뤄진다"며 "많은 사람이 두로프를 체포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러시아군의 최고 통신책임자를 체포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농담을 할 정도"라고 말했다.
러시아 당국도 발끈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두로프 체포 소식이 알려지자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정치적 사건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부 러시아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자국에 억류 중인 서방 포로와 두로프를 교환하자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러시아 태생인 두로프는 프랑스와 UAE 복수 국적자로 알려졌다.
다른 한편에선 러시아가 공개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낸 것을 놓고 두로프를 향해 서방에 협력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일종의 압박으로 해석하고 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