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언니’라는 서비스명을 일본에서 그대로 씁니다. 일본인들도 미용의료 분야에선 한국이 앞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토 유타 힐링페이퍼 일본법인 공동대표는 지난 27일 “한국의 미용의료 트렌드가 2~3년 뒤 일본에 보급되는 흐름”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힐링페이퍼는 미용의료 플랫폼인 강남언니를 운영하는 회사다. 2019년 일본에 진출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대표적 한국 스타트업으로 꼽힌다.
현재 강남언니에 가입한 일본 병원은 1300곳, 등록된 일본 의사 수만 1500명이다. 전체 가입자 630만 명 중 일본인이 100만 명이다. 성형과 보톡스, 피부 시술 등 미용의료에 관심 있는 일본인들이 시술 후기나 병원 정보를 보고 예약하는 데 강남언니를 사용한다. 한국 병원을 선택하는 경우가 절반(월 약 1만 건), 일본 내 병원을 이용하는 게 절반(1만 건)가량이다.
투명한 미용의료 정보에 목말랐던 일본인 수요를 노렸다. 일본에 진출하기 전에도 강남언니 앱 내 리뷰를 번역해 한국 병원으로 찾아오는 일본인이 적지 않았다. 임현근 힐링페이퍼 사업총괄(일본법인 공동대표)은 “일본은 인구가 한국보다 많고, 미용의료 성장성도 좋은 시장인데 지배적 사업자가 없었다”며 “한국 미용의료 경쟁력을 기반으로 파고들 수 있다고 봤다”고 했다. 한국은 미용의료 기술 수준이 높고, 가격도 일본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두 공동대표는 한국에서 성공한 강남언니 모델을 거의 비슷하게 가져갔다. 이용자 후기를 기반으로 병원별 수술·시술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했다. 일부 현지화도 시도했다. 즉시 예약을 원하는 일본 소비자를 위해 ‘예약 확정’ 기능을 넣었다. 가토 대표는 “한국과 일본의 미용의료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는 부분을 경쟁력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사업 초기엔 어려운 상황도 있었다. 크로스보더(한국으로 시술을 받으러 오는 일본인 환자) 사업을 한창 확대하려던 중 코로나19가 확산한 것이다. 하늘길이 막히자 크로스보더 매출이 하루아침에 0원이 됐다. 일본 내 사업(도메스틱)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일본의 미용의료 플랫폼 2위 사업자인 루코모를 인수해 리뷰와 병원 네트워크를 확보했다.
탄탄하게 쌓아놓은 네트워크가 엔데믹 후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었다. 지난해 강남언니의 일본 크로스보더 이용자는 전년 대비 12배 늘었다. 일본 매출도 지난해 80억원으로 전년(10억원)보다 8배 뛰었다. 임 대표는 “현재 강남언니 전체 매출에서 일본 비중은 25%가량”이라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