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웃음, 내 기쁨"…장관상 받았던 열혈 초등 교사, 지금은 [본캐부캐]

입력 2024-09-01 13:19
수정 2024-09-01 16:03


대한민국 성인남녀 절반 이상이 '세컨드 잡'을 꿈꾸는 시대입니다. 많은 이들이 '부캐(부캐릭터)'를 희망하며 자기 계발에 열중하고 새로운 미래를 꿈꿉니다. 이럴 때 먼저 도전에 나선 이들의 경험담은 좋은 정보가 되곤 합니다. 본캐(본 캐릭터)와 부캐 두 마리 토끼를 잡았거나 본캐에서 벗어나 부캐로 변신에 성공한 이들의 잡다(JOB多)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편집자주>

과거 아이들의 선호도 1위 직업이 교사였다면, 요즘 아이들 선호도 1위 직업은 크리에이터다. 김켈리(본명 김은영)는 이 두 가지를 모두 이룬 사람이다.

김켈리의 대표 콘텐츠는 '신비마트'다. 신비로운 마트에서 구입한 물건으로 자신이 꿈꾸던 상황이 이뤄졌을 때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콘텐츠는 지난해 3월 첫 회가 공개된 후 지난 30일 기준 누적 조회수 698만회를 기록 중이다. 시험 답이 저절로 써지는 마법펜, 인기가 많아지는 틴트, 돈이 나오는 지갑, 영혼을 바꾸는 거울, 발표 천재 마이크 등 기상천외한 소재로 눈길을 끈 덕분이다. 전직 초등학교 교사 경험을 살려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하고, 비속어와 욕이 나오지 않는 무해한 콘텐츠로 학부모들의 마음마저 사로잡았다.

1분 남짓한 숏폼 형태로 제작된 콘텐츠는 단숨에 이전 시리즈까지 찾아보게 만드는 중독성이 있다. 일인다역 형태로 혼자서 모든 캐릭터를 가발과 의상 교체, 카메라 필터 효과로 소화하는 김켈리의 열연이 입소문을 타면서 올해 초 60만명 수준이던 채널 구독자 수도 이달 90만명을 넘어섰다. 그런데도 김켈리는 "구독자 수가 그렇게 늘어난 줄은 몰랐다"면서 "구독자보다는 조회수를 분석한다"고 말했다.

김켈리는 교대 졸업 후 임용고시에 합격해 2014년 초등학교에 발령받았다. 이후 2018년 교사나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이들을 위한 학습용 콘텐츠를 게재하며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활달하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부임 다음 해인 2015년 수업 개선 실천 사례 연구 발표대회 장관상까지 받는 열혈 교사였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2020년 후반에 학교를 떠나게 됐고, 이전까지 간헐적으로 콘텐츠를 올리던 유튜브 채널이 이때부터 전업이 됐다.

"제가 임용시험을 총 3번을 쳤어요. 교사가 된 후 보다 넓은 곳으로 가고 싶어서 지역이동을 위해 다시 시험을 봤거든요. 제가 임용고시를 준비할 때 궁금했던 부분들을 영상으로 만들어 보자고 생각해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어요. 그땐 콘텐츠가 수업의 일환이라 띄엄띄엄 올렸어요. 그런데 그만두고 나니 저에게 남은 건 이 채널 하나더라고요. 처음 시작했을 땐 타깃이 선생님이나 대학생들이었는데, 학교를 나온 이후 학생들로 타깃을 잡으면서 채널 성격이 바뀌었어요."

올해로 '전업' 크리에이터 4년 차인 김켈리는 여느 크리에이터들보다 규칙적인 모습이었다. "하루에 숏폼 3개를 제작하는 삶을 지금 몇 년째 지속하다 보니 아침에 일어나 영상을 찍고, 편집자에게 보내고, 이후에 그들이 보낸 편집본 후편집을 하는 게 루틴이 됐다"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어떻게 보면 직장인과 같은 일상을 보내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마감 효과라는 게 있어요. 편집자들에게 약속한 시간이 있으니 그때까지 뭐든 찍어 보내는 거죠. 크리에이터들은 번아웃이 자주 온다고 해요. 뭘 처음 시작할 땐 쉬운데, 하다 보면 소재가 고갈돼 고민될 때가 많거든요.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한주가 그냥 가기도 하고요. 그런데 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보내는 거예요. 잘 안 풀릴 땐 과거 영상도 찾아보고, 라이브를 하면서 물어보기도 하고요."

기획부터 대본 작업, 촬영과 편집까지 모두 김켈리의 손을 거쳐서 콘텐츠가 완성된다. 하지만 규칙적으로 돌아가던 그의 일상이 최근 조금 더 바빠졌다. 영상 콘텐츠를 만화로 풀어낸 '김켈리의 신비마트'가 출간됐기 때문. 직접 그림을 그리진 않았지만, 책에 들어갈 에피소드를 선정하고 글 작업을 하는 데 참여했고, 책이 완성된 후엔 홍보 활동을 하느라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김켈리는 라이브 방송을 하며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김켈리는 "짧은 시간이라도 소통하면서 얻는 것들이 많다"며 "화장을 하거나 짬 나는 시간이 있을 때마다 라이브를 하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아이디어가 고갈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서점에 간다"는 김켈리는 "어릴 때부터 만화가가 꿈이었다"며 "예전부터 소속된 회사에 '책을 내고 싶다'는 말을 많이 했는데, 이왕이면 애청자들이 좋아해 주는 콘텐츠로 하고 싶었다"면서 '김켈리의 신비마트'가 탄생하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살면서 누구나 '문제를 해결해주는 마법의 도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냐"며 "비슷한 소재의 만화나 콘텐츠도 있긴 한데, '신비마트'만의 차이가 있다면 성장과 해피엔딩이다.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하는지에 초점을 두고 스토리를 짠다"고 소개했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채널로 자리 잡으면서 책을 내는 건 늘 저의 버킷리스트였어요. 유튜브로 시작해 다방면으로 책이 나오는 콘텐츠를 보면서 '나도 이렇게 아이들에게 사랑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책에 거는 수익적인 기대는 없어요.(웃음) 이전에도 책을 냈는데, 영상이랑 비교가 안 되더라고요. 그저 아이들의 인생에 제 만화책이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꿈으로 시작한 일이에요."

학생들에게 사랑을 주던 교사에서 웃음을 주는 크리에이터가 됐지만, 아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은 여전한 김켈리였다. 자신의 발언과 활동들이 "학교를 부정하는 데 이용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도 분명히 했다.

"저는 학교를 떠났지만, 여전히 많은 지인이 학교에 있어요. 그래서 학교를 욕보이고 싶지 않아요. 이 일을 하면서 의미를 느낄 때도 아이들에게 '고맙다'는 얘길 들을 때예요. '오늘 웃을 일이 없었는데, 언니 영상을 보며 웃었다'는 말이 제게 울림이 되더라고요. 누군가에게 웃음을 줄 수 있다는 건 의미 있는 일인 거 같아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