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 30일 16:0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1~3년차 주니어 인력들의 잇딴 이탈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IB 딜 가뭄이 장기화되는 데다 이전만큼 큰 폭의 보상도 기대하기 어렵다보니 7월에 지급되는 연간 성과급 지급이 끝나자마자 '퇴사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한창 일해야할 저연차 인력들이 회사를 떠나면서 경영진의 고민은 깊어가고 있다.
3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올해 7월 이후 모건스탠리와 JP모간 등 톱티어 IB 내에서 각각 3명 내외의 1~3년차 인력이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글로벌 IB 내 주니어 연차 인력이 6명 남짓인 점을 고려하면 절반가량이 퇴사한 것이다.
퇴사 인력이 7월 이후로 쏠리는 배경은 글로벌 IB들의 성과급 지급 기한과 연결된다. 일반적으로 글로벌IB의 고위급 임원들은 3월에, 주니어 인력들은 7월에 성과급을 지급받는다. 이전까지는 연말에 성과급을 지급했지만 2021년 M&A와 IPO시장이 초호황을 맞자 연봉 지급방식도 바뀌었다. IB들이 당시 스타트업과 PEF 등으로 몸값을 높여 이직하려는 우수 인력들을 붙잡기 위해 연말 성과급과 별도로 중간 성과급을 지급하기 시작하면서다.
하지만 금리 인상과 함께 IB시장에 찬바람이 불면서 연말 성과급이 사실상 폐지된 대신 시니어는 3월, 주니어는 7월에 성과급을 한번만 지급받는 방식으로 관행이 굳혀졌다. 글로벌 IB에선 일반적으로 전체 연봉의 50~80%를 성과급으로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IB 주니어 직원들의 입사 직후 연봉은 약 1억원으로 시작해 3년차엔 1억 중후반까지 뛴다. 이를 고려하면 성과급으로 단번에 수천만원의 뭉칫돈을 만질 수 있는 시기인 셈이다. 반면 경영진 입장에선 시장이 이제 막 열기를 되찾는 시기에 실무를 담당해야할 인력들이 이탈하면서 업무공백에 처하게 된 상황이다.
대형 PEF와 유니콘 스타트업, 벤처캐피탈(VC) 등으로 몸값을 2~3배 높여 이직하던 당시와 달리 지금은 초대형 IB에 입사하더라도 굵직한 거래를 잡지 못하면 별다른 성과없이 연차만 쌓이는 것을 우려하는 기조가 더 강해졌다는 지적이다.
실제 연말까지 큰 딜(Deal)을 잡지 못한 IB들의 경우 주니어 이탈률이 더욱 높은 현상도 짙어지고 있다. SK IET, 에어프로덕트코리아 등 수조원의 매각 거래를 이미 맡아둔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SK렌터카, 에코비트,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 등 굵직한 거래들을 싹쓸이한 UBS 내 인력이탈이 사실상 없었던 점이 대표적이다.
한 글로벌IB 시니어 임원은 "주니어 직원들도 이전에는 입사한 회사의 '네임밸류'가 가장 큰 자산이었다면 지금은 어떤 거래에 참여해서 성과를 보였는 지가 더욱 중요한 상황"이라며 "연말까지 맡아놓은 거래목록(딜파이프)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7월 성과급을 받자마자 다른 하우스로 옮기거나 다시 취업을 준비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다른 글로벌IB 대표는 "시장이 최악의 국면을 지나면서 지난해까지 이직을 못하고 눌러앉았던 인력들이 성과급을 받자마자 떠나기 시작했다"라며 "회사도 다른 회사에서 뽑아오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