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서핑하기 딱 좋은데"…'하반신 마비' 의사의 경고 [건강!톡]

입력 2024-08-31 09:50
수정 2024-08-31 10:18

"서핑의 계절은 여름보다 가을이죠. 수온은 아직 여름과 비슷한데, 해수욕장 폐장하면서 물놀이객이 확 줄거든요. 딱 이때를 노려야 합니다."

20대 직장인 강모 씨는 수년째 8월 말~9월 초에 늦은 여름휴가를 떠나고 있다. 서핑을 즐기기 위해서다. 강 씨는 "서핑을 좋아하게 되면서 초가을을 기다리게 됐다"면서도 "파도가 생각보다 굉장히 강력하다. 취미로 해본 스포츠 중 가장 다치기 쉬운 종목"이라고 말했다.

동해안 해수욕장 어느 곳을 가도 최근 서핑에 대한 관심도가 늘어난 것을 체감할 수 있다. 늦여름부터 해수욕장이 폐장된 이후인 가을까지 서핑족으로 북적이기 때문이다. 서프보드를 타고서 파도의 경사진 면을 오르내리는 서핑은 고도의 평형감각과 정확한 타이밍, 집중력, 순발력 등이 있어야 하는 해양 스포츠다. 자칫 방심했다간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크게 다칠 수 있다.



실제로 서핑 안전사고 또한 늘어나는 추세다. 강릉아산병원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서핑 중 다쳐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는 821명이었다. 연평균 109명꼴이다. 2011년 이 병원 응급실에 방문한 서핑 환자는 불과 5명이었다. 몇 년 사이 해변에서 서핑 사고가 급증한 것이다.

821명의 환자 중 93%에 달하는 771명이 외상 환자였다. 보드 혹은 보드에 달린 핀에 의해 피부가 찢어지는 열상 환자가 300명, 타박상과 염좌 환자 230명, 골절 101명, 탈구, 손·발톱 손상 등이 뒤를 이었다. 외상 외 질환으로는 해파리 쏘임, 두드러기, 낙뢰 사고 등이 있었다.

서프보드에 부딪히거나 보드 핀에 베여 피부가 찢어진 상처를 열상이라고 한다. 특히 서프보드의 바닥에서 물살을 가르는 장치인 '핀'에 부딪히면 살이 깊게 찢어질 수 있다. 열상 사고가 발생했다면 우선 상처 부위를 생리 식염수, 수돗물, 생수 등으로 세척 후 거즈 혹은 수건으로 지긋이 압박해 줘야 한다. 보드 혹은 핀이 부서지면서 상처 부위에 이물질을 남겨 놓을 수 있어 손상 부위를 꼼꼼하게 세척해야 한다.

파도가 부서지는 곳은 대부분 수심이 얕다. 이를 확인하지 못하고 다리부터 떨어질 경우, 대부분의 서퍼가 타박상을 입는다. 타박상과 골절은 다친 부위가 부어오르기 때문에 초기에는 다친 부위를 심장보다 높게 유지하고 아이스팩으로 찜질하는 것이 좋다.

만일 서프보드와 사람을 연결하는 끈인 '리쉬코드'에 손가락과 같은 신체 부위가 감겨 절단 사고가 발생했다면, 압박붕대나 깨끗한 천으로 즉시 지혈해야 한다. 다만 붕대를 세게 묶거나 지혈제를 이용하는 것은 조직과 신경을 파괴할 수 있어 지양해야 한다.

절단된 부위는 식염수 또는 깨끗한 물로 씻어낸 후 천과 손수건으로 감싼 뒤 비닐봉지에 밀봉한다. 밀봉된 신체 부위는 얼음을 채운 비닐봉지 안에 다시 넣는다.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절단된 손가락을 물에 직접 닿게 하지 않는 것이 관건이다. 이후 가능한 빠른 시간에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이 밖에도 하반신 마비가 발생하는 증상인 파도타기 척수병증(Surfer's myelopathy)에 대비하려면 충분한 수분 보충과 서핑 전 스트레칭이 필요하다. 실제로 지난 3월 유튜브 '원샷한솔'에는 준비 운동을 제대로 하지 않고 서핑하다가 하반신이 마비됐다는 치과의사 김보현 씨의 사연이 공개된 바 있다.

당시 김 씨는 "서핑 중 패들링이라는 동작을 했다.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가 굽히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허리의 혈관에 충격이 갔고, 하반신에 혈액의 공급이 안 된 바람에 다쳤다"며 "영상을 통해 이 병명을 알려 한 명이라도 마비 사고를 피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출연했다"고 밝혔다.

허석진 강릉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서핑 시 발생하는 안전사고의 종류와 응급조치 방법을 알고 있으면 신속한 초기 대응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증 응급질환인 익수, 척수손상, 손가락 절단 등의 환자도 적은 수지만 매해 발생하고 있다"면서 "바다라는 변수가 많은 환경에서 행하는 운동이라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사고 위험이 높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