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부실사업장 500곳 정리…PF 구조조정 '속도전'

입력 2024-08-29 18:04
수정 2024-09-05 16:43
전국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이 올 들어 500여 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회사들의 사업성 평가 결과 경·공매에 나올 PF 사업장도 애초 예상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가 PF 연착륙 방침에 따라 부실 처리를 미루지 않고 속도전에 나선 결과다. 경·공매와 상각 등을 통해 정리되는 부실 우려 사업장은 1000곳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PF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며 금융권의 관련 대출 잔액은 줄었지만, 연체율과 부실채권비율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상호금융, 부실 PF 대출 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 말 기준 전체 금융권의 PF 익스포저(대출·보증 등)가 216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29일 발표했다. 지난해 말 230조원에서 13조원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전체 PF 사업장은 5000여 곳에서 4500곳 안팎으로 500여 곳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의 PF 관리 강화 기조에 사업성이 떨어지는 초기 단계 PF 상당수가 사업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5월 PF 사업성 평가 분류를 3단계에서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 우려)로 세분화했다. 사업성이 가장 낮은 부실 우려(D등급) 사업장은 상각 또는 경·공매를, 유의(C등급)는 분양가 조정 등으로 재구조화하도록 유도했다.

금융권은 강화된 잣대에 따라 6월 말 현재 연체 또는 만기 연장 3회 이상 등 부실 가능성이 높은 사업장의 재평가를 실시했다. 평가 결과 구조조정 대상인 C·D등급이 21조원으로 전체의 9.7%를 차지했다.

업권별로 상호금융(새마을금고 포함)의 구조조정 대상 PF가 9조9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저축은행 4조5000억원, 증권 3조2000억원, 여신전문금융권 2조4000억원, 보험 5000억원, 은행 4000억원 순이었다.

D등급 사업장은 전체 잔액의 6.3%인 13조5000억원으로, 정부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추산한 2~3%의 두 배가량으로 늘었다. 전체 PF가 500여 곳 줄었음에도 D등급은 150여 곳에서 300여 곳으로 증가했다. 박상원 금감원 부원장보는 “D등급 사업장이 늘어난 것은 기존 C등급 수준이던 사업장에서 연체가 증가하며 사업성이 더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사는 다음달 6일까지 재구조화(C등급) 또는 경·공매 등 정리(D등급) 계획을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D등급 사업장은 한 달 주기로 경·공매를 실시해 6개월 이내에 처분해야 한다. 당국은 다음달 말부터 매달 사후관리 이행 실적을 점검할 계획이다. ○증권사 PF 연체율 20%대로 악화금융당국은 지난 5월 PF 대출 만기 연장 요건을 강화했다. 이자를 먼저 상환하고 대주단 4분의 3 이상의 동의를 받도록 했다. 이에 따라 부실채권 비율 및 연체율이 동반 상승했다.

전체 금융권의 PF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비율은 작년 말 5.1%에서 6월 말 11.2%로 두 배 이상으로 급등했다. 업권별로는 저축은행이 10.9%에서 29.7%로, 상호금융이 5.1%에서 19.7%로 폭등했다.

6월 말 기준 2금융권(저축은행, 여전, 상호금융)의 토지담보대출 연체율은 3월 말 대비 1.46%포인트 오른 14.42%를 기록했다. 토지담보대출은 PF 사업 초기에 토지를 담보로 대출하는 상품으로 2금융권만 취급한다. 저축은행이 3월 말보다 1.52%포인트 내려간 18.66%였다. 여전은 13.53%, 상호금융은 11.5%로 각각 2.49%포인트, 4.58%포인트 올랐다. 토지담보대출과 별도인 PF 연체율은 전체 금융권이 3월 말 3.55%에서 6월 말 3.56%로 소폭 상승했다. 증권사는 17.57%에서 20.02%로 뛰었다.

금융권은 C·D등급 여신 21조원의 30%가량인 6조7000억원을 충당금으로 적립했다. 사업성 평가 및 사후 관리 계획에 따라 부실 사업장 재구조화·정리가 이뤄지면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가 하락·안정화할 것으로 금융당국은 전망했다.

건설업계도 PF 구조조정이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리가 예정된 개별 PF 사업장에서 하도급 수준의 영세 회사는 이미 실행한 공사비 등의 손실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우/은정진 기자/사진=임대철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