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실종 청소년 가족의 비극

입력 2024-08-29 17:37
수정 2024-08-30 00:12
25년간 전국 방방곡곡에 현수막을 붙이고 실종된 딸을 찾아 나섰으나 끝내 찾지 못하고 사망한 아버지 사연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실종된 송혜희 좀 찾아주세요”라는 현수막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은 거의 없을 듯하다. 서울만 하더라도 광화문 종로 을지로 강남 서울역 인근 등 도심뿐 아니라 한남대교 북단과 양재나들목 등 경부고속도로 진출입부에도 걸렸다. 부산, 대구, 강릉, 해남에도 현수막이 설치됐다. 아버지 송길용 씨(71)가 25년간 전국에 건 현수막은 1만 개에 이르고 돌린 전단은 1000만 장에 달한다고 한다.

만 17세로 평택 송탄여고 2학년이던 딸이 사라진 것은 1999년 2월 13일이었다. 친구들을 만나고 밤 10시께 버스에 올라 마을 정거장에 내린 게 마지막이었다. 술 냄새를 풍기는 30대 남자가 같이 내렸다고 하는데 경찰 수사는 전혀 진척이 없었다. 이에 부부는 직접 전단을 만들어 돌리고 본 사람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송씨는 1t짜리 트럭에 전단과 현수막을 싣고 25년간 전국을 다녔다. 전 재산을 다 쓴 그는 정부 지원금으로 생활했는데 월 60만원 중 40만원을 전단과 현수막 제작에 썼다고 한다. 하지만 끝내 딸은 돌아오지 않았다. 비관한 아내는 2006년 스스로 생을 마감했으며 송씨는 지난 26일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하필이면 길에서 죽다니…. 한 가족의 운명이라고 하기엔 너무 한스럽고 비극적이다. “저승에선 그토록 보고 싶었던 딸을 만나 행복하게 영면하라”는 인터넷 댓글에 절로 고개가 숙어진다.

18세 이하 아동 실종 신고는 연간 2만 건 안팎이 경찰에 접수된다. 대부분 1시간 안에 부모 품으로 돌아간다. 골든타임은 미취학아동의 경우 6시간, 청소년은 48시간이라고 한다. 경찰의 초동 대응과 시민들의 신고의식이 무척 중요하다고 한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장기 실종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 20년 이상 소식이 없는 아동은 실종 아동의날인 5월 25일 기준 997명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또 다른 ‘송혜희’를 찾아 많은 부모가 길거리를 헤집고 다닐 것이다. 단 한 명이라도 가족 품에 안기기를 바란다.

박준동 논설위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