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가 국내에 들어선 지 이제 30년이 됐습니다. 2024년 현시점에 전자파를 문제 삼아 건설을 멈추는 게 말이 되나요.”
최근 만난 한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한탄했다. 전자파가 몸에 해롭다는 주민의 집단 민원에 지방자치단체가 데이터센터 착공 신고를 반려한 행태를 꼬집은 것이다.
데이터센터는 컴퓨터를 한데 모아놓은 ‘서버 호텔’이다. 단순한 구조지만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핵심 인프라로 떠올랐다. AI와 클라우드, 자율주행 등의 산업이 발전하면서 기업들이 처리해야 할 데이터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서다. 산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디지털 전환(DX)에도 필수 인프라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IT 기업들이 데이터센터가 건설되기도 전에 ‘입도선매’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공급이 절대적으로 모자라서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에 따르면 2018년 2조4000억원이던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지난해 4조20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커졌다. 그러나 같은 기간 국내 데이터센터는 155개에서 153개로 오히려 줄었다. 기업이 내는 데이터센터 비용만 불어난 것이다.
이에 국내 통신 ‘빅3’를 비롯해 건설사와 부동산 자산운용사 등이 데이터센터 건설 사업에 뛰어들었다. 전국적으로 30여 개의 데이터센터 건설 프로젝트가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터센터를 적극 건설해도 모자랄 판에 건축주들은 주민 반발과 지자체 인허가 지연이라는 악재에 고전하고 있다. 고양시는 ‘데이터센터 인근에 매입되는 고압선에서 발생할 전자파가 우려된다’는 주민 민원에 데이터센터 착공을 끝내 막았다. 글로벌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운용사인 디지털리얼티는 착공 허가를 내주지 않은 김포시를 상대로 행정 소송을 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디지털리얼티는 한국 기업 수요에 맞춰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계속 지으려고 했다”며 “김포시 사업을 계기로 회사가 국내 프로젝트를 끝내 멈춘다면 파급이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주민과 협의하라”고 기업에 책임을 떠넘기는 지자체의 태도다. 고양시는 착공 반려 사유 중 하나로 ‘마그나PFV가 주민들이 원하는 기업 등을 선정해 전자파를 측정하지 않은 점’을 꼽기도 했다.
데이터센터는 2000년에도 국내에 53개나 있었다. 2022년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이 먹통이 된 사태에서 보듯 ‘인터넷 무선통신 시대’에 필수적이다. 데이터센터가 혐오시설이라는 주민 민원을 고양시가 앞장서 불식시켰어야 할 이유다. 만약 고양시가 허가 시점에 데이터센터 연관기업 입주 계획이 포함된 지역발전 계획을 마련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주민들이 전자파 괴담에 휩쓸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