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단계서 기업 대표 첫 구속…매서워진 '중대재해처벌 칼날'

입력 2024-08-29 17:32
수정 2024-08-30 00:14
기업 대표들이 2022년 1월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잇달아 구속됐다. 법원 판결로 법정구속되는 수준을 넘어 수사기관 수사 단계에서 기업인이 구속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법조계에 따르면 박영수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 영장전담부장판사는 29일 경북 봉화에 있는 영풍석포제련소 박 모 대표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청구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제련소에선 지난해 12월 6일 탱크 모터 교체 작업을 하던 근로자 1명이 비소 중독으로 숨지고 3명이 다쳤다. 법원은 “범죄 혐의가 중대하고 도주와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지난 28일 손철 수원지방법원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올 6월 공장 화재로 근로자 23명이 사망한 1차전지업체 아리셀의 박 모 대표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고용부가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혐의 사실이 중대하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고용부 조사에 따르면 아리셀은 납기일을 맞추려 비숙련 근로자를 제조 공정에 불법 투입했고 이 과정에서 불량 전지가 폭발해 화재가 발생했다.

그동안 법인 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적은 있으나 수사 단계에서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첫 번째, 두 번째다.

법조계에선 아리셀 참사 이후 산재 사망 사고를 둘러싼 검찰과 법원의 처벌 수위가 높아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중대재해 전문 변호사는 “아리셀 사건 이전엔 영장 청구 건수 자체가 많지 않았는데 앞으로 공격적 수사와 적극적인 영장 발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세종 중대재해대응센터장인 김동욱 변호사는 “아리셀과 영풍석포제련소 사건을 기준으로 유사 중대재해 사건에서는 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안전책임자는 “사고 발생 사업장 대표의 사법 처리 리스크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대재해 특별사법경찰권을 가진 고용부는 수사력을 보강해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추진하면서 노동계 우려를 불식시키려 감독 강화 기조를 내세웠다. 이에 따라 올해 광역중대재해수사과를 6개에서 13개로 늘리고 중대재해 감독관도 75명 증원하면서 강도 높은 수사로 이어지고 있다.

곽용희/권용훈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