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풍 맞아 추락한 '속옷 브랜드' 부활하나…CEO 교체에 '들썩'

입력 2024-08-29 15:30
수정 2024-08-29 15:51


여성 언더웨어 브랜드 빅토리아시크릿이 양호한 2분기 실적과 희망적인 판매 전망치에 힘입어 주가가 장외거래에서 3% 상승했다.

28일(현지시간) 빅토리아시크릿은 지난 2분기(6~8월, 회계연도 기준)에 매출이 14억17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4억2700만 달러에서 1% 감소했지만 순이익은 주당 40센트, 총 32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팩트셋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보다 양호한 실적이며, 작년 같은 기간 100만달러의 손실과 비교해 한층 개선됐다.

회사는 이날 올 한 해 매출 감소 폭이 기존 예상치보다 적은 1%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을 수정했다. 티모시 존슨 빅토리아 시크릿 임시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통해 "오프라인 매장과 디지털 채널 모두에서 판매 추세가 개선되면서 북미 지역의 경우 4분기 연속으로 매출 실적이 지속적으로 개선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주가 상승은 신임 CEO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빅토리아시크릿은 지난 14일 마틴 워터스 전 CEO의 후임으로 힐러리 슈퍼 새비지X펜티 CEO를 내정했다. 새비지X펜티는 미국 팝스타 리한나가 만든 여성 속옷 브랜드로 빅토리아시크릿의 경쟁사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빅토리아시크릿은 지난 14일 전일 대비 16.41% 급등하기도 했다.

과거 빅토리아 시크릿은 매년 화려한 속옷 패션쇼를 개최하며 인기를 끌었다. 지젤 번천과 지지 하디드 등 세계적 모델과 테일러 스위프트와 리한나 등 유명 연예인들이 무대에 섰다. 하지만 2010년대 후반부터 성(性)상품화 논란과 함께 외모와 관계없이 자신의 신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자는 ‘바디 포지티브(body positive)’ 운동이 확산되며 역풍을 맞았다. 창업자 레슬리 웩스너가 미성년자 성착취로 파문을 일으킨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친분을 유지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되기도 했다.

결국 2019년부터는 패션쇼를 폐지하고 플러스사이즈 모델을 기용하고 소수자들도 대거 모델로 내세웠다. 2019년 빅토리아 시크릿의 연매출은 75억900만달러에 달했으나, 지난해 매출은 61억8100만달러로 추락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