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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공단'에 퇴직연금 사업자 지위를 부여해주는 법안이 야당 주도로 발의됐다. 퇴직연금 제도를 '기금형'으로 전환을 가속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퇴직연금 시장에 ‘메기 효과’를 불러일으켜 수익률을 제고하고 국민연금 고갈 위기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28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의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곧 연금개혁안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입법 주도권을 쥔 야당에서 선제적으로 개편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정부의 연금 개혁안 수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개정법안은 먼저 국민연금공단에 100인 초과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는 '기금형 퇴직연금' 사업자 지위를 부여한다. 이 경우 국민연금공단이 퇴직연금을 유치해 운용·관리하는 게 가능해 진다. 다만 퇴직연금 기금은 국민연금과 별도 계정으로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또 현재 근로복지공단이 운영하는 중소기업 퇴직연금제도(푸른씨앗)도 ‘기업 퇴직연금기금제도’로 개편해 가입 대상 중소기업의 규모를 현행 '30명 이하'에서 '100명 이하'로 확대 개편한다. 이 경우 '푸른씨앗'의 규모가 크게 불어나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진다.
결국 100인 이상 사업장은 국민연금공단을 통해, 100인 이하 사업장은 근로복지공단을 통해 퇴직연금의 '기금화'와 공격적 운용을 가속하는 게 골자다.
가입자가 직접 퇴직연금 사업자와 계약을 맺는 게 계약형과 달리 국민연금과 같은 기금이 적립금 관리·운용을 대리하는 기금형은 퇴직연금의 공격적 운용이 가능해 수익률을 제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퇴직연금 운용은 40개 퇴직연금 사업자에게 맡겨져 있다. 중요한 투자 결정을 100만 명의 사용자(DB형)와 400만 명의 가입근로자(DC형)가 전문 지식 없이 개별적으로 해야 하다 보니 퇴직연금이 '원금 보장형'에 몰려 수익률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퇴직연금 가입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전체 159만5000개 사업장 중 퇴직연금을 도입한 곳은 42만8000개로 도입률은 26.8%다. 2019년(27.5%) 이후 가입률은 하락 중이다. 중소기업의 참여가 저조한 탓이다. 낮은 퇴직연금 가입률 탓에 경기 악화로 인한 퇴직금 체불 사례도 늘고 있다.
그 외에 개정법안은 퇴직연금기금제도 관리·운영비의 국고부담도 명시한다. 그밖에 퇴직금 산정 금액을 ‘계속근로기간 1년’ 대신 근로자의 평균임금을 기초로 계산하도록 해서 1년 미만 근로자도 퇴직연금을 부을 수 있도록 한다.
현재 일반적으로 허용된 '퇴직금 제도' 설정도 최소화한다. 퇴직연금제도를 설정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퇴직금 제도를 설정할 수 있도록 한다. 다만 퇴직 전 퇴직금 사전 정산 사유에 주택의 구입 외에 ‘임차’를 추가한다.
한정애 의원은 “2005년 도입된 퇴직연금 제도가 여전히 가입률이 낮고 연금 수령률(2023년 기준 10.4%)도 낮아 ‘연금 제도’라는 취지가 무색하다”며 “수익률 제고를 통한 퇴직연금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로의 확대 개편과 역량 있는 사업자의 참여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