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120조원 투자, 하이브리드 차종 두배로…'현대 웨이' 간다

입력 2024-08-28 18:06
수정 2024-08-29 02:48

28일 현대자동차 ‘2024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데이’가 열린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 행사장. 300여 개 좌석을 가득 채운 투자자, 애널리스트, 신용평가사 관계자의 절반은 외국인이었다. 현대차가 이 행사를 처음 연 2019년만 해도 외국인은 거의 없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해외 주요 연기금 운용담당자가 직접 찾는 등 중량급 인사가 많이 참석했다”며 “높아진 위상에 직원들이 놀랄 정도”라고 말했다.

마이크를 잡은 장재훈 현대차 사장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렸다. 그는 글로벌 투자자들 앞에서 ‘게임 체인저’ ‘글로벌 톱 티어’ 등의 단어를 쓰며 현대차가 새로운 길을 연다는 뜻을 담은 ‘현대 웨이’를 말했다. 장 사장은 “‘현대 웨이’는 불확실한 시장 환경에서도 지속가능한 리더십을 가질 수 있는 현대차 특유의 유연한 대응 체계”라고 설명했다. ○제네시스도 하이브리드·EREV 현대 웨이의 핵심은 ‘유연한 대응’이다. 현대차는 이날 전기차 시대가 늦어질 가능성이 커진 만큼 당분간 하이브리드카와 주행거리연장형전기차(EREV) 개발에 주력하겠다고 선언했다. 시장 상황이 바뀐 데 맞춰 발 빠르게 대응한 셈이다.

현대차는 이에 따라 하이브리드카와 EREV 개발 및 관련 설비 투자 등에 향후 10년간 전체 투자액의 77%에 해당하는 92조7000억원을 배정했다. 먼저 기존 하이브리드 시스템(TMED)보다 성능과 연비를 끌어올린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TMED-Ⅱ)을 내년 1월부터 양산차량에 적용하기로 했다. 준중형과 중형 차량에 주로 장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소형차는 물론 럭셔리 차급으로 확대해 하이브리드 적용 모델을 7개에서 14개로 늘린다.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전 차종에도 하이브리드 모델이 추가된다. 계획대로 되면 2028년 하이브리드카 판매량은 작년보다 40% 늘어난 133만 대로 뛴다.

EREV는 현대차가 새로 도전장을 내민 차량이다. 휘발유를 태워 만든 전기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방식이다. 현대차는 한 번 주유로 900㎞ 이상 달릴 수 있는 EREV 차량을 내놓기로 했다. 2026년 북미와 중국에서 양산해 2027년 판매에 들어간다. EREV 시스템은 제네시스 GV70에도 적용된다. 연간 판매 목표는 8만 대로 잡았다. 2030년 전기차 판매 목표는 200만 대로, 지난해 세운 목표에서 높여 잡지 않았다. ○“에너지 모빌라이저 되겠다”현대차가 이날 공개한 현대 웨이에는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과 수소 밸류체인 확장도 담겼다. 2030년까지 가격이 비싼 니켈 비중을 떨어뜨린 보급형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새로 개발해 차량에 장착하기로 했다.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의 배터리 이상 사전진단 기술을 끌어올리고, 배터리 시스템의 안전 구조 확보에도 힘을 쏟기로 했다. 배터리 집적도를 개선해 중량을 10% 줄이면서도 열 전달은 최대 45% 끌어올리는 기술 개발에 들어갔다.

현대차는 ‘자동차 파운드리 사업’에 뛰어든다고도 했다.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각 사에 특화된 ‘레벨4’ 이상 자율주행 차량 스펙을 건네면 현대차가 만들어주는 방식이다. 현대차가 애플, 구글, 아마존 등 해외 빅테크와 협업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현대차는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시대의 주역이 될 자율주행 기술과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개발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 분야엔 향후 10년간 22조1000억원을 투자한다.

현대차가 모빌리티와 함께 또 다른 축으로 선정한 수소 에너지 생태계 구축에도 힘을 쏟는다.

김재후/김진원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