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의 북한 핵과 김정은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 또 드러났다. 그가 2017년 6월 방미 때 “김정은은 방어를 위해 핵이 필요하다고 믿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고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회고록에서 밝혔다.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에 따른 자위 차원에서 핵을 개발했다는 북한의 논리를 반복한 것이다. 정의용 당시 국가안보실장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도 축소하는 데 급급했다고 한다.
문 전 대통령의 김정은 두둔은 습관성이다. 지난 5월 회고록에 김정은의 비핵화는 진심이라고 했다. “딸 세대까지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하고 싶지 않다”는 그의 말도 전했다. 김정은이 문재인 정부 첫 남북한 정상회담을 5개월 앞두고 6차 핵실험을 한 뒤 ‘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 실현’을 선언한 것을 보고도 이런 말을 했다. 오히려 핵무력 완성 선언으로 핵·미사일 실험을 더 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희망을 봤다고도 했다. ‘김정은 대변인’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북한은 그의 희망과 달리 ‘비핵화 쇼’가 끝나자마자 미사일 도발을 일삼고, 초대형 핵탄두 생산을 과업으로 세우고, 핵 법제화로 이어갔으며, 모든 역량을 동원한 남조선 평정을 외쳤다는 점에서 어이없는 인식이 아닐 수 없다.
문 전 대통령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지만, 돌아온 것은 냉소뿐이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은 “김정은은 문 대통령을 위한 시간도, 존경심도 없었다”고 했고,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남·북·미 판문점 회동 때 “트럼프는 문 대통령이 근처에 없기를 바랐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하노이 노딜’ 책임을 트럼프 전 대통령 참모들 탓으로 돌렸지만, 김정은이 전국에 산재한 고농축 우라늄 시설은 놔둔 채 낡은 영변 핵시설만 내주려다가 미국에 냉철하게 손절당한 것이다. 그에게 운전대를 맡겨놨더니 북핵·미사일 개발 시간을 벌어주면서 한·미 동맹을 허물어 안보를 벼랑으로 몰아갔다. 대체 어느 나라 대통령이었는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