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수익률도 모으면 태산…혼란한 장세에선 '저변동성 종목'이 승리한다 [이시은의 투자고수를 찾아서]

입력 2024-08-28 16:28
수정 2024-08-28 16:29

※ ‘이시은의 투자고수를 찾아서’는 이시은 한국경제신문 기자가 매주 수요일 한경닷컴 사이트에 게재하는 ‘회원 전용’ 재테크 전문 콘텐츠입니다. 한경닷컴 회원으로 가입하시면 더 많은 콘텐츠를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저변동성 종목은 주가가 1~2%씩 움직이죠. 하지만 수익률이 적다고 절대 무시하면 안됩니다.”

최종학 SK증권 경기PIB센터 부장은 지난 21일 인터뷰에서 “불확실성 장세에선 열 번 잘해도 한 번의 큰 손해가 원금 손실로 이어진다”며 “통신, 식음료 등 주가 변동성이 낮아도 경기를 덜 타는 업종에서 기회를 엿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 부장은 올해 SK증권에서 랩 어카운트(종합자산관리)를 운용하는 프라이빗뱅커(PB) 중 수익률 상위 3인에 포함된 인물이다. 최근 5년 간 연평균 수익률은 20%다. 2022년 미 금리 인하 영향으로 코스피지수가 30% 내리는 동안에도 이 같은 수익률을 낸 것은 주요 이력으로 꼽힌다. 통신·식음료…매력 커진 '경기 방어株'
최근 주식 시장은 안정을 되찾는 모습이다. 지난 5일 아시아 증시 폭락장 이후 시황 전망이 갈렸지만, 엔비디아 주가가 외려 연고점에 근접할 정도의 회복세를 보이며 지수 예상치를 밝게 내다보는 이들이 늘었다. 하지만 최 부장은 이를 기술적 반등으로 진단했다. 그는 “미국 빅테크가 과거와 같은 폭발적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을 보이기 힘들어졌다”며 “엔비디아 역시도 AMD 등 경쟁자의 출현으로, 가이던스가 조금만 위축되는 분위기가 나타나면 주가가 되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엔비디아와 연관이 짙어진 국내 증시 특성상, 연말까지는 보수적 관점을 유지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주목하는 업권은 통신이다. 최 부장은 “3년 이상 장기 투자자들은 통신주 주가 흐름을 답답하게 느낄 수 있지만, 하방 리스크가 적다는 장점은 여전히 뚜렷하다”며 “모멘텀을 고려해 투자하면 5~10% 수익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SK텔레콤, KT 등 국내 주요 통신주는 올들어 각각 10.51%, 10.4% 올랐다. 그는 “통신사들은 경기와 상관없이 꾸준한 이익을 내면서도, 최근 자율주행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관련 사업 진출에 따라 기업가치를 재평가받고 있다”며 “각 회사의 신규 서비스 동향과 외국인 순매수세를 따져 적시에 투자하면 하반기에도 작은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표적 경기 방어주로 손꼽히는 식음료 업권도 주의 깊게 분석 중이다. ‘불닭볶음면’의 성공으로 신고가를 다시 쓴 삼양식품처럼, 해외 실적이 중요한 대형주가 여럿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올들어 롯데웰푸드(23.41%), CJ제일제당(8.36%) 등의 주가가 선방하고 있다. 각각 인도와 북미·오세아니아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는 곳들이다. 원재료 가격이 내리고 있는 추세도 호재다. 국제 시장조사업체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지난 5월 부셀(밀 무게 단위)당 700달러선을 돌파했던 국제 밀 선물 가격은 이날 533.36달러를 기록했다. 최 부장은 “원재료 가격 변동의 실적 반영은 통상 3개월에서 6개월 늦게 나타난다”며 “하반기 중엔 이 같은 식품 기업들 마진 개선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소 30% 현금은 계좌에 남겨라" 최 부장은 시종일관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 번의 손해가 ‘도로 아미타불’을 만든다”고 했다. 테마주 투자는 엄금에, 관리 가능한 10종목만 투자하는 것이 옳다는 주의다. 그는 “시장이 강세일 때는 앞만 보고 돌진하는 초보가 수익률이 제일 좋다”며 “고수의 힘은 조정장에서 드러나게 된다”고 했다. 저변동성 종목이라도 확신이 섰을 때 대량 자금을 집중하면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익 변동성이 적고 EPS 상향 가능성이 높은 종목은 하반기 불확실한 장세에서도 저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항상 현금을 보유하라고도 조언했다. 그는 최소 30%의 현금을 항상 계좌에 남겨둔다. 하락장에서 현금 유지는 계좌 수익률의 성패를 좌우하고, 적절한 투자 모멘텀이 찾아오면 힘을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 했다. 이달 초 증시 폭락장에는 주식을 절반 가까이 현금화해놓아 수익률 방어에 성공하기도 했다. 장세에 따른 과감한 손절매도 필수라고 했다. 최 부장은 “저변동성 관련주는 그나마 낙폭이 크지 않기 때문에 손절매의 심리적 부담도 덜한 편”이라며 “투자 판단 요인이 훼손되면 두 차례에 나눠서 언제든 자금을 뺄 준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