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구 아파트값이 올해 들어 6%가량 뛰며 서울 집값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주택 공급 부족 우려 속에 준공 10년 이내 아파트가 많고 도심 접근성이 좋은 성동구에 외지인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서울숲과 한강 조망도 성동구 아파트 강세 요인으로 꼽힌다. 당분간 입주·분양 물량이 많지 않아 성동구의 인기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성동구, 서울서 집값 가장 많이 올라28일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셋째 주(지난 19일 기준)까지 성동구 아파트값은 6.62% 상승했다. 25개 구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하반기 들어서는 매주 0.5% 이상 뛰는 등 상승세가 가파르다.
성동구는 과거에는 왕십리 판자촌과 금호동 달동네, 성수공단 등의 이미지가 강해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됐다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도심인 중구와 맞붙어 있을 뿐 아니라 지하철 등으로 강남에 오가기도 편하다. 한강을 끼고 있는 성수동 일대가 고급 주거단지로 채워지고, 왕십리 뉴타운 등이 들어서면서 신흥 주거지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성수동 한강 변 단지를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면적 198㎡는 지난달 145억원에 손바뀜했다. 지난해 8월 기록한 같은 면적 직전 최고가(99억원)를 46억원 웃돌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올해 거래된 서울 아파트 중 두 번째로 높은 가격이다. 2021년 준공된 아크로서울포레스트는 지상 49층, 280가구 규모의 초고급 주상복합 단지다.
한강 변 준공 20년 이상 아파트 단지에서도 신고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성수동 ‘강변동양’ 전용 84㎡는 지난 3일 27억6000만원에 거래돼 같은 면적 최고가 기록을 새로 썼다. 2001년 지어진 총 142가구 규모의 단지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성수전략정비구역에 포함돼 재개발 기대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왕십리 뉴타운도 전고점 임박역세권 인근 대단지 거래량도 늘고 있다. 성동구 아파트 가격을 성수동이 끌고 상·하왕십리동과 금호동, 행당동 등 주요 역세권 단지가 밀어 올리는 모양새다. 준공 10년 이내 대단지 아파트 가격은 전고점에 육박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하왕십리동 ‘센트라스’에서는 올해 111가구가 손바뀜했다.
지난해 연간 거래량(77건)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 단지 전용 84㎡는 지난 8일 18억5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2021년 8월 기록한 같은 면적 역대 최고가(19억2000만원)와 7000만원 차이다.
외지인이 유입이 늘어나며 뉴타운 지역과 역세권 대단지가 동반 상승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실에 따르면 성동구는 지난 6월 기준 외지인 거래(101건)와 서울 거주민 거래(288건)가 모두 자치구 중에서 네 번째로 많았다. 성수동 새 아파트를 찾아 이동하는 서울 내 고가 아파트 수요와 상대적으로 저렴한 행당동, 금호동 역세권 중저가 단지를 사들이는 외지인 수요가 적지 않다는 게 현지 공인중개사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성동구 일대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예정된 분양과 입주 물량이 많지 않아 새 아파트 희소성이 부각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연내 성동구에 집들이를 앞둔 새 아파트는 한 곳도 없다. 이달 공급되는 행당동 ‘라체르보 푸르지오 써밋’(958가구) 외에 당분간 분양 소식도 없다. 성동구 A공인 관계자는 “성수동 고급 아파트는 대출이나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와는 거리가 멀어 규제 영향권 밖에 있다”며 “갭투자가 많던 역세권 중저가 단지가 영향을 받더라도 성동구 전반적으로는 가격이 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김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