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 마비된 원조 '슈퍼맨', 극단적 선택 막은 한마디 뭐길래

입력 2024-08-28 08:54
수정 2024-08-28 09:21

원조 '슈퍼맨'에서 사고로 척수가 손상된 크리스토퍼 리브를 살린 아내의 한마디가 공개됐다.

인디펜던트, 피플 등 외신은 27일(현지시간) 크리스토퍼 리브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슈퍼맨:크리스토퍼 리브 스토리' 개봉에 집중했다. 그러면서 "'슈퍼맨'이었던 리브가 개인적인 비극 이후 어떻게 사회운동가 활동을 시작하게 됐는지 과정을 보여준다"고 소개했다.

현지 언론들은 예고편 공개 이후 특히 아내 다나가 그에게 해줬던 말이 감동을 안긴다는 평을 보내고 있다.

리브는 생전 인터뷰에서 사고 직후를 회상하며 "나는 내 인생과 다른 모든 사람(가족)의 인생을 망쳤다"며 "스키도 못 타고, 윌(아들)에게 공을 던질 수도 없고, 다나와 사랑을 나눌 수도 없게 됐다. 어쩌면 우리 가족은 나를 보내줘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그때 그녀가 내 목숨을 구하는 말을 했다"면서 아내가 "당신은 여전히 당신이다. 그리고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You're still you. And I love you)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내의 말을 듣고 다시 살기로 결심한 리브는 척수 연구의 핵심 주체인 미국 마비 협회에 지원을 요청하고 이 단체를 위한 기금을 모금했다. 리브가 활동하기 전까지 척추 부상을 당한 사람들은 "회복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믿고, 많은 환자가 치료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브는 1978년 개봉된 '슈퍼맨'을 시작으로 1980년대까지 이어진 시리즈의 타이틀롤을 연기하며 할리우드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탄탄한 근육질 몸매와 호감형 인상으로 지지를 받은 것. 하지만 승마 경기를 하던 중 말에서 떨어져 목 아래부터 전신이 마비됐다.

리브의 인생을 바꾼 사고는 1995년 5월 27일 버지니아에서 열린 승마 대회에서 발생했다. 리브는 말에서 떨어져 머리를 다치고, 척수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리브는 헬멧과 보호 조끼를 착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의식을 잃고 숨을 쉬지 않는 상태로 발견됐다. 당시 리브를 치료한 신경외과 의사 존 A. 제인 박사는 리브가 척추 손상 중 가장 위험한 유형인 경추 위쪽 두 개가 골절됐고, 척수가 심각하게 손상되었다고 말했다. 리브의 나이는 42세였다.


하지만 거동이 불편했던 리브는 욕창으로 인한 감염 합병증으로 심부전을 앓게 됐고, 결국 사망했다. 그의 장례식 추모예배에는 900명 이상이 참석해 애도를 표했다.

리브의 사망 이후에도 아내 다나는 재단을 통해 척수 손상 연구와 옹호 활동을 이어갔다. 하지만 다나는 비흡연자임에도 불구하고 2005년 8월 폐암 진단을 받고 44세인 2006년 3월 사망했다. 이후 두 사람이 이끌었던 재단의 이름은 이들을 기리기 위해 '크리스토퍼와 다나 리브 재단'으로 바뀌었고, 이들의 자녀들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안 보노테와 피터 에테드기가 감독을 맡은 이 다큐멘터리는 고인이 된 배우의 회복 여정을 탐구하며, 리브 자녀들의 개인적인 성찰과 그가 끼친 지속적인 영향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담고 있다.

다큐멘터리는 오는 9월 21일 미국의 일부 극장에서 소규모로 개봉하고, 이후 리브의 생일을 기념해 9월 25일에 한 차례 더 상영될 예정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