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대외 활동이나 동아리 경험을 꾸며내거나 짧은 아르바이트 근무 경력을 뻥튀기하는 ‘자소설’은 애교입니다. 일단 기업 눈에 들고 보자는 식의 ‘스펙 위조’ 유혹에 빠진 취업준비생도 적지 않습니다.”
대졸 구직자 A씨는 27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이력이나 경력, 학력은 여전히 채용에 결정적인 조건”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스펙 세탁’은 물론 허위 경력·학력 기재 문제가 잇따르고 있다. 기업이 채용 과정에서 이를 밝혀내고 적절한 조치를 하는 것도 중요한 인사관리 업무 중 하나가 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채용 과정에서 허위 사실을 제출했다면 ‘징계 해고’ 또는 ‘채용 취소’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대법원은 “허위 경력 기재 자체가 ‘정직성’과 관련해 중요한 부정적 요소이자 근로자에 대한 전인격적인 판단을 그르치게 하는 것”이라며 중대한 징계 사유로 보고 있다.
다만 해고에는 근로기준법상 ‘정당한 이유’가 필요하다. 대법원은 ‘사용자가 채용 전 허위 기재 사실을 알았더라면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동일한 근로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정도의 사유를 요구한다. 그 밖에 △허위 학력 등이 정상적인 근로 제공에 지장을 주는지 여부 △적발 이후 사용자의 조치 △기업 질서 유지에 미치는 영향 등도 고려 대상이다.
채용 공고에 ‘경력 관계 없음’ ‘학력 무관’이라고 기재된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한 구직자가 고졸임에도 전문대 졸업으로 학력을 허위로 작성한 사건에서 법원은 “최종 학력과 경력 사이에 별다른 관련성이 없다”며 해고가 정당하지 않다고 본 사례도 있다.
반면 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장기 근무한 직원이 행정 직원을 뽑는 병원에 “행정업무를 주로 담당했다”고 이력서를 제출한 사건에서 중앙노동위원회와 달리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한 사례도 있다.
허위 경력자가 장기간 성실히 근무했어도 허위 스펙은 ‘치유’될 수 없는 하자로 보는 게 법원 판단이다. 법원은 학력을 속이고 8년을 성실히 근무했지만 결국 적발돼 해고된 사례에서 “징계가 적법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학력을 속인 것을 사용자가 알고 난 후 1년3개월이 지나서야 징계 해고를 한 사안에서도 “적법하다”고 본 사례가 있다. 그만큼 경력과 이력의 기재는 회사와 근로자 사이에서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가장 기초적이고 중요한 요소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경력을 위조해 취업에 성공할 수는 있겠지만 들통나면 해고 가능성이 높고, 업무방해나 문서 위조 등에 따른 형사책임도 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