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이달까지 내준 가계대출이 올초 세운 경영계획을 이미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감독원은 대출이 과도한 은행의 경우 내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낮춰 잡도록 하겠다고 경고했다. 부동산 규제를 풀고 관리 금리를 통해 가계 빚 폭증을 부추긴 정부가 이제 와서 은행 탓에 몰두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박충현 금감원 은행담당 부원장보는 27일 브리핑을 열고 가계부채 관리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1일까지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연초 계획한 연간 증가 예정액의 106.1%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증가 예정액이 1000억원이었다면 이미 1061억원의 대출을 실행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은행들은 기존 계획의 1.4배 수준의 가계대출을 내주게 된다.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대출 비율은 더 높았다. 4대 은행의 초과 비율은 150.3%로 집계됐다. 연간 환산으로는 200.4%에 달한다. A은행은 올해 가계대출 순증액을 2000억원으로 맞추겠다는 목표를 세우고선 8000억원을 실행했다.
금감원은 지난 4월부터 증가세로 전환한 가계부채가 최근 들어 적절한 관리 수준 범위를 벗어났다고 평가했다. 월별 순증액이 5조5000억원 안팎이면 관리되고 있다고 판단하는데, 7~8월에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중심으로 갑자기 급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 부원장보는 “은행들은 내년부터 평균 DSR을 산출하고 관리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대출이 과도한 은행은 평균 DSR을 낮추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대출을 과도하게 내준 은행은 내년에 평균 DSR을 40%보다 아래로 유지하도록 하는 등 규제를 차등화하겠다는 의미다. 현재는 개별 차주에 대해 DSR 40%를 적용하고 있다.
금감원은 “실수요자에게는 필요한 대출을 내줘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불요불급한 대출을 억제할 수 있도록 여신심사를 강화해 달라”고 금융권에 당부했다. 보험 등 다른 업권에서 대출이 급증하는 등의 풍선효과가 나타나는지도 점검하기로 했다. 각 업권에서 추진 중인 가계대출 관리 방안의 효과를 보면서 추가 대책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금감원은 “향후에도 가계대출이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크고 개별은행 차원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어 감독당국의 미시적 연착륙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의 “개입을 더 세게 해야 할 것 같다”는 발언이 ‘관치 금융’ 논란을 빚자 개입 당위성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속을 끓이고 있다. 정부가 디딤돌 등 저금리 정책대출 증가세를 방치하고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두 달 연기하는 등 가계 빚 증가를 조장하다가 뒤늦게 ‘뒷북’을 치며 은행권을 탓하면서다. 주요 은행들이 이 금감원장 발언 직후 전방위적인 대출 축소 대책을 쏟아내면서 실수요자들의 혼란과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