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여성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진을 이용한 '딥페이크' 음란물 제작·유포 사건과 관련해 '국가적 재난 상황'을 선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는 27일 "젠더 갈등의 소재로 악용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급발진 젠더 팔이, 그만할 때도 됐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딥페이크 음란물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공인으로서 사진과 영상이 수없이 공개되는 입장에서 저의 사진과 영상도 어딘가에서 악용되는 게 아닐까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허 대표는 "그러면서 이 불안과 공포를 또 다른 젠더 갈등의 소재로 악용하는 일부 기회주의자들의 처신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 기회를 틈타 어느 한쪽을 악마화하면서 젠더 갈등을 조장하고, '국가 재난', '텔레그램 국내 차단'까지 운운하는 호들갑에 대다수 국민의 반응은 냉랭하다. 급발진 젠더 팔이, 이제는 그만할 때도 됐다"고 했다.
허 대표는 "딥페이크는 명백한 범죄 행위다. 남성이 여성을 대상으로 삼든, 여성이 남성을 대상으로 삼든, 본질은 '범죄'에 있지, 특정 성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AI 기술이 급속히 발달하면서 성범죄뿐 아니라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범죄는 사회 전 영역의 해결 과제로 대두될 것이다. '저 성별만 없어지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라고 했다.
앞서 'n번방 사건'을 처음 공론화했던 박지현 전 위원장은 지난 26일 페이스북에서 딥페이크 사태를 언급하면서 "국가적 재난 상황임을 선포하고 시급히 대안을 마련하라"며 "텔레그램이 n번방 사건 때처럼 가해자들의 신상 협조에 수사를 거부한다면 최소한 일시적으로 텔레그램을 국내에서 차단하는 조치라도 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텔레그램에서는 여성의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해 편집한 허위 영상물을 생성·유포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단체 대화방이 대규모로 발견됐다. 앞서 인하대 재학생과 졸업생이 타깃이 된 단체 대화방 운영자가 검거된 데 이어 그 밖에도 전국의 각 지역·학교별로 나누어져 수천 명이 참여 중인 텔레그램 대화방이 드러난 것이다.
이들은 이른바 '겹지인방'이라는 이름으로 참가자들이 서로 같이 아는 특정 여성의 정보를 공유하고 딥페이크 영상물을 제작·유포하는 등의 방식으로 성희롱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7월 딥페이크를 통한 성 착취 범죄 신고는 전국에서 총 297건 접수됐으며, 입건된 피의자 178명 중 10대는 131명으로 73.6%를 차지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