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사찰' 프레임 띄운 野…정작 文정부 때 더 심했다

입력 2024-08-27 14:01
수정 2024-08-27 17:59

문재인 정부 시절 이뤄진 통신이용자정보 조회(통신 조회) 건수가 윤석열 정부 집권 이후에 비해 26.5%(연평균 기준) 가량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수사 과정에서 통신 조회를 한 데 대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묻지마 사찰’을 자행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는 지적이다. ○통신 조회, 文 정부 때 연평균 약 567만건…尹 정부보다 27%가량 많아 2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문 정부 시절인 2018~2021년 검찰과 국정원 등 수사기관의 통신 조회 건수는 연평균 567만4526건이었다.

윤 정부 출범 이후인 2022~2023년 이뤄진 통신 조회는 연평균 448만5398건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문 정부 시절에 비해 연평균 118만9128건 적게 이뤄진 것이다. 윤 대통령 임기 시작 전인 2022년 1~5월 조회 기록을 포함해도 문 정권 시절 이뤄진 통신이용자정보 조회 건수가 약 26.5% 더 많았다.

황정아 민주당 의원은 최근 “수사기관들의 통신자료 조회 건수는 2019년 654만112건에서 2022년 483만9554건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하다 2023년 514만8570건으로 전년 대비 30만9000건 가량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는 법원의 영장이 있어야만 확인할 수 있는 통신사실확인자료와 영장 없이도 조회할 수 있는 통신이용자정보 제공 건수를 합친 수치다.

하지만 2022~2023년 사이 통신자료 조회 건수가 30만9000건 증가한 것을 두고 ‘급증’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의도적 정치 공세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 의원실의 계산 방식을 따르더라도 문 정부 시절인 2019~2021년엔 연평균 599만1241건 조회가 이뤄진 반면 2022~2023년 이뤄진 조회 건수는 윤 정부 임기 시작 전인 2022년 1~5월을 합치더라도 499만4062건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소속 국회 과방위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특정 연도 통계치를 앞세워 ‘통신 사찰 프레임’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적법한 절차로 이뤄진 통신 조회를 정쟁 대상으로 삼아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與野 바뀔 때마다 서로 향해 “통신 사찰 말라” 지적 통신이용자정보는 이용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등을 포함한 정보로 법원의 허가 없이 수사기관이 통신사업자에게 요청해 제공받을 수 있다. 반면 발·착신 통신번호나 인터넷 로그 등 통신사실 확인자료는 수사기관이 법원의 허가를 받아 통신사업자에게 요청해야 한다.

앞서 정치권은 정권 교체로 야당이 되면 수사 기관의 통신 조회에 대해 ‘통신 사찰’이라고 반대해 왔다. 2021년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국민의힘 의원 80여명을 대상으로 통신 자료를 조회한 것을 두고 “무소불위 권력의 불법 사찰 민낯이 드러났다”고 반발한 바 있다.

22대 국회 들어서도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과 보좌진·언론인 등을 대상으로 검찰의 통신 조회가 이뤄진 것을 두고 지난 5일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놓고 불법 정치사찰을 자행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황 의원은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통신 조회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하지만 이 같은 취지의 개정안을 두고 과방위 전문위원실에서도 “미국, 독일, 영국, 일본 등 사법 선진국에서도 통신이용자정보는 영장 없이 수사기관의 요청으로 제공되고 있다”는 ‘신중 검토 의견’을 밝혔다. “통신이용자정보가 기본정보에 한정돼 당사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도가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덧붙였다.

정상원/박주연 기자 top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