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증자' 미래산업 주가 급락…주주 돈으로 '상폐 위기' 모회사 지원

입력 2024-08-27 15:15
수정 2024-08-28 09:29
이 기사는 08월 27일 15:1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미래산업 주가가 급락했다. 전체 발행주식의 120%에 달하는 신주를 발행하는 초대형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 희석 우려가 커지면서다. 증자 대금을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지배회사인 에스엘에너지의 공장 및 토지를 구매하는 데 사용하기로 하면서 주주들의 불만이 더욱 확대됐다.

27일 미래산업 주가는 오후 3시 10분 기준 전날 대비 19.45% 하락한 1387원에 거래 중이다. 전날 4.39% 하락한 데 이어 약세를 보였다.

전날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한 여파다. 미래산업은 408억원 규모 주주 우선 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발행주식 총수(약 3117주)보다 많은 3800만주를 신주로 발행할 예정이다. 주당 발행가격은 1073원으로 책정됐다.

26일 기준 미래산업 시가총액이 537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시총의 76%에 해당하는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것이다.

이 회사는 원래 쌍방울그룹 계열사였으나 지난해 7월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가 지분 10.9%를 인수하면서 최대주주에 올랐다. 현재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가 지분 9.55%를 보유하고 있다.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온영두 회장을 정점으로 에스엘홀딩스컴퍼니→에스엘에너지→스튜디오산타클로스엔터→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미래산업을 지배하고 있다.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는 이브이첨단소재와 다이나믹디자인 등도 종속회사로 지배하고 있다.

지분 가치 희석을 유발하는 대규모 증자인 데다 자금을 사용하려는 용도에 대한 불만도 크다. 미래산업은 지난 7월 지배회사인 에스엘에너지가 보유한 기흥 공장 및 토지를 45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6월 말 기준 미래산업의 현금성 자산은 약 190억원으로 부족한 자금을 이번 증자로 마련하겠단 계획이다.

에스엘에너지는 2022년 말 불성실공시 벌점 누적으로 한국거래소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에 오른 곳이다. 1년 반 넘게 주식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지난해 공개 매각을 추진했으나 무산된 뒤 올해 6월 거래소는 이 회사에 대해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에스엘에너지는 법원에 상장폐지 결정 등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무상감자를 실시하는 등 상장폐지를 피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와 함께 우량 자산인 기흥 공장 및 토지를 매각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단 계획이다. 지배회사의 정상화를 위해 종속회사인 미래산업이 대규모 유상증자로 주주들 돈을 모아 자산을 매입해주는 모습이다.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온 회장 등의 평판이 좋지 않은 점도 영향을 끼쳤다. 온 회장 등은 무자본 M&A로 기업을 인수해 전환사채(CB) 등을 활용해 차익을 낸다는 의혹을 받는 이들이다. 온 회장이 지배하는 것으로 알려진 상장사만 6곳이지만, 이들 회사 대부분이 결손 기업이거나 적자 기업이다. 서로 CB를 발행하거나 유상증자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며 기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미래산업 유상증자 역시 계열사 간 ‘자금 돌려막기’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은 이유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