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연이 엔씨소프트에 대해 부정적인 편견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게임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엔씨소프트의 신작 수집형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호연’의 개발을 책임진 고기환 엔씨소프트 총괄은 지난 20일 호연 미디어 시연회에서 이처럼 말했다. 신작 게임들의 연이은 흥행 부진과 지속된 매출 감소로 위기에 처한 엔씨소프트의 상황을 바꾸겠다는 포부를 드러낸 것이다.
엔씨소프트는 28일 신작 호연을 출시한다. 이 회사의 인기 지식재산(IP)인 ‘블레이드 앤 소울’을 활용한 60여 종의 캐릭터 중 5종을 선택해 전투를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더해 기존 MMORPG에서 탈피해 스위칭 역할수행게임(RPG)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게임 시스템을 내세웠다. 게임 진행은 기본적으로 MMORPG 방식을 따르지만, 캐릭터 육성을 위한 재화는 턴제 전투를 통해 얻을 수 있다.
고 총괄은 “원신을 겨냥해서 만든 게임은 아니다”라며 “시장에서 장르 내 잠식 현상이 발생하고 있기에 양산형이 아닌 새로운 포지션으로 가보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원신은 중국의 게임사 호요버스가 2020년 출시한 어드벤처 RPG다. 원신의 성공으로 비슷한 그래픽 형식과 캐릭터 뽑기로 매출을 극대화하는 수익모델(BM)을 차용한 게임이 시장에 연이어 출시됐고 이 게임들을 ‘원신라이크’라는 하나의 장르로 묶기도 한다.
실제로 초기 게임 이용자들이 유사성을 지적했던 원신라이크 서브컬처 게임과는 거리가 있었다. 필드 보스인 ‘아싸가오리’, 보스 던전 ‘카이람’과의 전투는 파티원과 협력해 보스 몬스터를 공략하는 기존 MMORPG의 보스 레이드에 가까웠다. 익숙한 전투 방식으로 기존 MMORPG 이용자가 편하게 적응할 수 있게 한 동시에 타이밍에 맞춰 보스 몬스터의 공격을 피하는 ‘흘리기’, 캐릭터 간 협력을 통해 모은 점수를 활용하는 ‘협력기’를 활용한 공격 취소 등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해 게임의 전략성과 재미를 높였다.
BM에서도 시장의 기존 수집형 RPG와 차별화를 두려고 노력했다. 수집형 RPG에서 일반화된 ‘천장’ 시스템을 도입하되 마일리지 시스템을 도입해 10회마다 재화를 지급한다. 천장은 특정 횟수 이상 뽑기를 하면 특정 캐릭터나 특정 등급 이상의 캐릭터를 확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시스템이다. 고 총괄은 “부정적인 시장 반응만을 살펴 BM을 구성한 것은 아니다”라며 “목표로 삼고 있는 이용자층의 특성을 고려해 기존 게임들의 BM에서 호연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부분을 조정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엔씨소프트가 내건 스위칭 RPG의 구현 방식은 단점으로 보였다. 새로운 시도로 기존 MMORPG와 턴제 게임의 장점을 모두 결합하려 했지만 두 장르의 유기적인 결합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게임의 일부 메인 스토리 진행에서 턴제 전투가 도입됐지만 ‘심상수련’, ‘현상수배’ 등의 턴제 전투 콘텐츠는 게임 내 재화 획득을 위한 수단에 가까웠다. 스위칭의 개념 또한 별개로 진행되는 MMORPG식 게임 진행과 턴제 전투 게임 화면을 전환하는 정도에 그쳤다.
이밖에도 게임 이용자층이 명확하지 않은 점과 최근 상향 평준화된 크로스플랫폼 게임의 그래픽과 비교해 부족한 그래픽 품질이 약점으로 꼽힌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라이크’로 불리는 기존 MMORPG의 부진으로 인해 실적 악화에 직면해 있다. 리니지라이크 장르에 대한 의존과 동일한 수익 모델을 반복 활용하는 것에 대한 게임 이용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어서다. 이 회사의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3689억원, 영업이익은 88억원에 그쳤다.
엔씨소프트는 이용자 신뢰 회복을 위해 호연 출시를 앞두고 소통에 힘쓰고 있다. 고 총괄은 지난 23일 호연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이용자 소통 콘텐츠 ‘호연 톡’에 직접 등장해 호연 캐릭터의 특징과 전투 스타일 등의 콘텐츠를 미리 공개했다.
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