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4600명에게 月100만원…국립의대 교수 330명 증원 [2025년 예산안]

입력 2024-08-27 11:00
수정 2024-08-27 12:30

정부가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는 데 향후 5년간 10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건강보험 재정에서 10조원 이상을 꺼내쓰기로 한 데 이어 이와 맞먹는 규모의 국가 재정을 의료개혁에 쏟기로 한 것이다. 필수과목 전공의 수련비 지원, 의대 시설·장비 현대화, 교수 충원 등에 재정이 투입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는 27일 이런 내용이 담긴 '2025년 예산안'을 발표했다. 내년부터 투입되는 연간 2조원의 국가 재정은 올해(약 8000억원)보다 2.5배 늘어난 규모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의료개혁 완수를 위해 향후 5년간 재정 10조원, 건강보험 10조원 이상으로 총 20조원 이상을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2월 의대 증원에 반발하며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을 달래기 위해 의료 관련 투자 확대를 약속해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보건의료 분야를 안보나 치안 등 국가 본질 기능과 같은 반열에 두고 과감한 재정투자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필수과목에 종사하는 전공의에 대한 보상(수가)을 늘리는 데 건보 재정을 투입하고, 이외 의대 시설 투자 등의 분야에는 국가 재정을 활용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응급의학과·흉부외과·신경과·신경외과 등 8대 필수과목 전공의에 대한 수련비용으로 3000억원을 투입한다. 이들 전공의 9000명(정원 기준)이 병원에서 수련하는 데 필요한 교육비를 정부가 지원해주는 것이다. 그동안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220명에게만 지급하던 월 100만원의 수당도 8대 필수과목 전공의 4600명(현원 기준)에게 주기로 했다. 의대 증원으로 부족해진 시설과 장비를 확충하기 위해선 4000억원을 투자한다. 2027년까지 국립대 의대 교수 1000명을 충원한다는 계획에 따라 내년에는 260억원을 지원해 330명을 증원한다.

평일 야간과 휴일에도 운영하는 '달빛어린이병원'을 기존 45개소에서 93개소로 두 배 확대한다.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14개소로 두 곳 늘리고, 공공심야·휴일약국도 기존 64개소에서 220개소로 3배 확충한다.



붕괴 위기에 놓인 지역의료를 강화하기 위해 전국 17개 권역책임의료기관과 35개 지방의료원의 의료장비 및 수술실 현대화에 3000억원을 쓴다. 지역에서 필수의료 전문의 96명이 장기 근무하는 조건으로 월 400만원의 수당을 지원하는 '지역필수의사제'도 새로 도입한다.

의료진이 최선을 다했지만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분만 사고에 대해선 국가가 3억원 한도 내에서 전액 부담한다. 정부는 올해부터 불가항력적인 분만 사고에 대해 전액 책임지기로 했으나 한도가 3000만원에 불과해 실제로 요구되는 민사 손해배상금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정부는 보상 한도를 10배 늘려 의료진의 책임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이외에도 정부는 필수과목 의료진을 대상으로 의료사고 배상 보험료를 지원하고, 지역거점병원과 의과학자의 연구개발(R&D) 활동에도 3000억원을 투입한다.

오상우 기재부 복지안전예산심의관은 "의료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선 건보뿐 아니라 재정도 충분히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관련 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렸다"며 "어려운 재정 여건하에서도 의료개혁에 있어선 어떤 분야보다도 충분한 재정 투자를 했다"고 강조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