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6일 제3자 추천 해병대원 특검법 발의에 대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를 다 보고 특검을 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도 완전히 틀린 생각은 아니다”고 했다. 지난 4월 당 대표 출마 당시 ‘공수처 수사 종결 이전이라도 특검법 발의가 가능하다’고 했던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이날 한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더불어민주당이 제3자 추천 방식의 해병대원 특검법을 발의하라고 압박하는 것에 대해 “민주당이 무슨 자격으로 언제까지 하라고 하냐”며 이같이 말했다. 같은 날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이 한 대표에게 해병대원 특검법을 발의하라고 촉구한 시한”이라고 압박한 데 대한 답이다.
이어 한 대표는 “민주당은 (특검법으로) 여권이 분열될 거란 포석을 두는 것인데 따라갈 이유가 없다”고 했다. 대통령실과 당내 친윤(친윤석열)계에서 ‘공수처 수사가 먼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점을 의식한 말이다. 이날 한 대표가 공수처 수사 이후 특검법 발의가 가능하다는 뜻을 밝히면서 관련 당내 갈등이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4월 당 대표 출마 당시 기자회견에서 “공수처 수사 종결 여부를 특검 발의 여부 조건으로 달지 않겠다”며 “국민이 갖고 계신 의구심을 풀어드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이 바뀐 것에 대해 한 대표는 “(순직 해병대원을 위해) 보훈적 성격에서 특검을 추진했고, 처음 말한 이후에 변수가 생긴 건 맞다”며 “당내 이견을 좁히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임박한 이재명 대표와의 회담도 한 대표의 입장이 변한 이유로 꼽힌다. 민주당이 ‘제3자 추천 특검법’에 찬성 입장을 천명하고 나선 만큼, 대표 회담에서 자칫 대통령실을 겨냥한 특검법 합의가 이뤄질 수도 있다. 이에 한 대표가 민주당과의 견해차를 명확히 해 회담에서 특검법 합의에 반대할 명분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민주당을 향해 “민주당이 기존 특검법을 철회하고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특검법을 발의하면 되지 않냐. 그러면 오히려 통과 가능성도 커지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