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우리은행 부당대출 전격 재검사

입력 2024-08-26 17:48
수정 2024-08-27 01:50
금융감독원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에 대한 350억원 규모 부당 대출 의혹과 관련해 우리은행 재검사에 들어갔다. 현 경영진이 부당 대출을 인지하고도 고의로 금융당국 보고를 누락했다고 판단해 이를 다시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금융권 일각에선 금감원이 현 경영진을 제재 대상에 포함하려고 과도한 압박을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된다. 우리은행은 책임론이 거세지자 여신 관리 절차를 대폭 손질하는 등 재발 방지책 마련에 나섰다.

고의적 보고 누락 여부가 쟁점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22일부터 손 전 회장 관련 부당 대출 재검사에 돌입했다. 이번 현장 검사는 1주일가량 이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수시 검사 결과를 발표한 지 2주 만에 재차 검사에 나선 것은 ‘보고 누락’ 고의성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금감원은 전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 대출 사실을 현 경영진이 일찌감치 파악하고도 당국에 보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25일 한 방송에 출연해 “전 회장과 가까운 친인척 회사 대출을 은행 내부에서 몰랐다고 보기 어렵다”며 “작년 가을(9~10월)께 은행 경영진이 관련 보고를 받은 것을 확인했고, 지주사 경영진도 올해 3월엔 문제를 파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의 해명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압박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실 대출을 인지한 시점이다. 우리은행은 14일 보도 참고자료를 통해 “올 1월 퇴직을 앞둔 임모 전 본부장이 취급한 대출을 사후 점검하던 중 전임 회장 친인척과 관련됐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국은 열흘 후 “작년 9~10월 여신감리 중 전 지주사 회장 친인척과 관련됐다는 사실을 (우리은행이) 인지했지만 당국 보고, 자체 감사 등 즉각적인 대처를 하지 않고 있다가 임 전 본부장이 퇴직한 이후인 올 1월이 돼서야 자체 감사에 착수했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이 당국 보고 사안인지를 놓고도 우리은행의 반박을 당국이 재반박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현 경영진 책임론을 강하게 주장하며 우리은행을 이례적으로 집중 조준하는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친인척 대출 심사 강화할 듯책임론이 불거지자 우리은행은 여신 관리 제도 개선을 위한 ‘3종 세트’를 신설해 내부통제 강화에 나섰다. 당국 검사 결과에 따라 후속 조치도 발 빠르게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상사의 부당한 지시를 내부 시스템에 비밀리에 제보할 수 있도록 ‘제3자 외압 청탁 등 부당 여신 정보 입력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신고 내용은 여신 전담 감사역에게만 공개된다. 문제가 있는 영업점장의 여신전결권을 하향 조정하는 제도도 새롭게 추가했다. ‘제2의 임 전 본부장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최근 1년 내 여신감리 중요 지적이 5건 이상인 영업점장은 여신전결권을 한 등급 낮추고 향후 6개월 동안 등급 재상향을 제한할 것”이라고 했다. 연체 여신 책임도 강화한다. 연체가 발생한 뒤 2개월이 지나면 본사 차원 점검과 인사이동 조치가 이뤄지는 게 골자다. 이 밖에 임직원 친인척 관련 대출을 지금보다 엄격하게 관리하는 방안 등 추가 조치도 구상 중이다.

다만 이 같은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 노력에도 현 경영진을 상대로 한 금감원의 압박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 분석이다. 이 원장은 “제때 보고되지 않은 건 명확하기 때문에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박재원/강현우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