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를 향해 '재산이 20억원 급증했다'며 문제를 제기하면서 1년 만에 41억원의 재산을 모은 박 의원 남편의 재산이 재차 도마 위에 올랐다. 여권에서는 박 의원이 "개똥이 은행나무 보고 구리다고 욕하는 꼴"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박 의원 부부의 재산이 정치권의 재조명을 받은 것은 박 의원이 지난 23일 국회 법제사법위회 전체회의에서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의 재산이 갑자기 늘어났다고 지적한 데 따른 것이다.
박 의원은 회의에서 지난 3월 심우정 후보자의 재산이 83억원이었는데, 8월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 자료에 따르면 후보자 재산이 25억원 늘어난 108억원이라며 "자세히 보면 배우자 예금이 석연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3월 공개한 배우자 예금은 11억인데 8월에 32억이 됐다. 눈에 띄는 부분이 삼성증권 예수금인데, 19억이 더 늘었고, 특이사항란에 추가 상속이라고 돼 있다"며 "상속자 수가 많아서 혼란스러워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었는지 살펴봤더니 그게 아니고 20억은 현금으로 갑자기 들어간 재산이다. 창고에서 갑자기 20억 현금 뭉치가 나왔다는 건지 캐비닛에서 찾은 것인지 차명재산이 있는 것인지 20억원 현금 출처에 대해 (심 후보자는) 제대로 증빙서류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에는 보도자료를 통해 심 후보자 자녀들의 재산 내역을 공개하며 "특정한 소득이 없는 20대 장녀와 장남의 재산이 각 1억여원에 이르는 과정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두 자녀의 재산의 상당 부분은 주식 보유 금액"이라며 "신고서류에 따르면 자녀들의 세금 납부액이 없는 것으로 제출되어 있어 주식 매입금액의 출처가 어디서 나왔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득이 없는 자녀들이 거액의 주식을 소유하게 된 자금출처가 부모로부터 나왔다면 증여금액 한도를 초과한 것인지에 대해 명확히 소명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은정 남편 이종근, '전관예우' 논란 뭐였길래정치권에서는 심 후보자에 대한 박 의원의 문제 제기와는 별도로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박 의원 본인도 남편인 이종근 변호사(전 검사장)를 향해 제기된 '전관예우 거액 수임' 논란을 완전히 해명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박 의원의 남편인 이종근 변호사는 지난해 검찰을 나왔는데, 검사장을 그만두고 변호사를 개업한 지 1년 만에 재산이 41억원 늘어 '전관예우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지난해 5월 이 변호사가 신고했던 재산은 8억 7000만원, 지난 4월 총선 당시 등록한 재산은 본인과 배우자 재산을 합쳐 총 49억8200만원이었다.
이 변호사가 1년 만에 이렇게 재산을 증식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다단계 사기 사건을 맡으며 수임료 22억원을 받았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검사 시설 다단계 사기 사건 전문이던 그가 1조1900억원대 다단계 사기로 수사받는 휴스템코리아 대표 등의 사건을 맡으며 거액의 수임료를 받았던 것이다.
박 의원은 남편의 수임료가 논란이 되자 "통상 전관으로 검사장 출신이 착수금을 5000만원에서 1억원 정도 받는 걸로 알고 있다. 남편의 경우 전체 건수가 160건이기 때문에 전관으로 한다면 160억원을 벌었어야 한다"고 해명해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붓기도 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당시 "그분들이 특별히 윤석열 검찰 체제로부터 혜택을 받았다고 보이지 않는다. 윤석열 검찰총장 하에서 대표적인 '반윤 검사'로 찍혀서 각종의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이들을 감쌌다. 이 변호사 역시 입장문을 통해 "윤석열 전 총장과 척을 진 제가 현실적으로 윤석열 정권에서 전관예우를 받을 입장도 아니고, 그럴 의사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치권의 반응은 싸늘했다.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저는 형사 사건 단건에 22억 원을 받아 가는 걸 처음 봤다. 그런 일은 아무리 전관예우 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고, 허은아 개혁신당 당시 공동선대위원장은 "다단계 수사를 전담으로 하던 검사가 퇴직하자마자 다단계 사건의 가해자 변호를 맡은 것으로, 누가 봐도 전관예우다. 조국혁신당의 비례 앞순위 공천 요건은 범죄 커플이고, 조국혁신당의 정강은 '조로남불'인 듯싶다"고 했었다.
이 변호사를 향해 제기된 '전관예우 논란'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 변호사는 다단계 사건 수임료로 22억원을 받은 전관예우 논란으로 법조윤리협의회 조사를 받고 있다. 또 이와 별개로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는 이 변호사가 휴스템코리아 사건 변호로 부당 이득을 취했다는 고발을 접수해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 ○"41억원 재산 증식 설명부터…개똥이 은행나무 욕하는 꼴"이 때문인지 박 의원 역시 재산 증식과 관련한 '내로남불' 비판을 피해 가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은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은정 의원이 검찰총장 후보자 자녀의 재산 1억 원을 설명하라고 보도자료까지 내셨다"며 "그럼 박은정 남편이 퇴임한 후 재산이 41억원 늘고, 1건 수임료를 22억원이나 받을 수 있었는지는 왜 설명 안 하냐"고 따졌다.
김 전 의원은 "개똥이 은행나무 보고 구리다고 욕한다더니 딱 그 꼴"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조국당이 '검찰 공화국'이라고 고장 난 테이프처럼 반복하는 게 이렇게 재산이 41억원씩 늘고 수임료를 22억원씩 받기 때문 아니냐"며 "조국당 검사 출신들 보면 진짜 검찰 공화국 맞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글을 올리며 '너희는 내로남불 단체로 수련하냐'는 태그도 달았다.
조지연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와 관련 26일 통화에서 "박은정 의원이 심우정 후보자의 재산을 문제 삼을 자격이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다단계 사기 사건 변호로 재산을 불렸던 문제부터 해명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심 후보는 검찰총장 후보자로서 국회의 요구에 최대한 성실하게 설명하면 될 일"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인 송석준 의원도 "자기 자신부터 돌아보고, 문제가 있음을 지적해야 할 것"이라며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고 지적했다.
김상일 전 민주당 부대변인은 이날 TV조선에 출연해 "본인이 특혜성 재산 증식에 대해 해명을 못 했다면, 다른 사람을 지적하면 내로남불로 보일 수 있다"며 "그런 경우엔 이슈가 없는 의원에게 자료를 주고 질의를 하라고 할 수 있는데, 굳이 이렇게 하는 건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고 평가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