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억 부실판매' 피델리스 펀드, '여의도 저승사자'가 수사한다

입력 2024-08-26 11:43
수정 2024-08-26 11:51


1800억원 규모의 펀드 부실 판매 의혹을 빚은 '피델리스 펀드' 사건이 서울남부지검에 배당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중앙지검과 남부지검 사이에서 사건 관할을 두고 반년을 소모한 끝에 남부지검에 사건을 맡기기로 했다. 경찰에서 불송치 결정을 받은 신한은행에 대한 재조사가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조재철)는 현재 피델리스 사건을 중앙지검으로부터 이관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피델리스 펀드는 싱가포르 무역회사인 에이피스가 바이어에게 받은 확정매출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만기일이 2021년 2월과 6월이었는데 코로나19로 펀드 상환이 중단되면서 논란을 빚었다. 당시 신한은행에서 판매된 펀드 규모는 1800억원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피해자들은 2022년 9월 펀드를 조성한 피델리스자산운용과 펀드를 판매한 신한은행을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1년여간의 수사 끝에 지난 1월 피델리스자산운용 법인과 대표 등 3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원금 회수가 불가능할 수도 있는 상품을 팔면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없다는 취지로 상품을 판매한 혐의다.

다만 경찰은 신한은행 법인과 관계자 등 3명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은행이 부당권유 금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는 차원에서다. 피해자들은 이후 신한은행의 불송치 결정에 대해 경찰에 이의신청했다.

피델리스 펀드 사건은 검찰로 사건이 넘어온 이후 반년 가까이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사건의 관할을 두고 중앙지검과 남부지검 사이에서 행정절차가 소요됐기 때문이다. 당초 경찰은 자본시장법이 적용된 사건인 만큼 남부지검에 사건을 송치했다. 남부지검은 다시 피델리스 법인과 대표의 소재지가 중앙지검 관할이란 이유로 중앙지검으로 사건을 넘겼다.

이후 3월경 피해자들의 이의신청이 접수되면서 남부지검은 불송치된 신한은행 건을 중앙지검으로 추가로 넘겼다. 그러던 지난달 말 무렵이 되어서야 중앙지검은 사건을 다시 남부지검으로 이송하기로 결정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범죄 발생지가 남부 관할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여곡절 끝에 금융범죄 전문성이 높은 남부지검이 피델리스 수사를 맡게 되면서 불송치된 신한은행에 대해서 조사를 확대할지 주목된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이 접수된 경우 검찰은 직접 수사를 하거나 경찰에 재수사나 보완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현재까지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청 금융범죄수사대에는 별도 수사가 요청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