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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무소속 대선 후보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한 자릿수를 기록하던 케네디 주니어 지지율이 초접전을 펼치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해리스 부상에 영향력 줄어
지난 23일 케네디 주니어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대언론 입장 표명을 통해 “나는 선거 승리에 현실적인 길이 있다고 더 이상 믿지 않는다”고 밝히며 선거운동 중단과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과거 자신이 몸담은 민주당을 향해 비판을 쏟아낸 뒤 “국경, 표현의 자유, 전쟁 종식 등 현안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뜻을 같이하고 있음을 알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후보 등록 자체를 전면 철회하는 것은 아니며 선거운동을 접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963년 총격으로 피살된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이자 1968년 대선에 나서 당내 경선 도중 총격을 받아 목숨을 잃은 로버트 F 케네디 전 상원의원의 아들이다. 환경 전문 변호사와 백신·예방 접종 반대 운동가로 활동하며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 4월 민주당에 대선 후보 경선 출마 신청서를 제출했다가 그해 10월 무소속 출마로 방향을 틀었고,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기로 결정하는 등 다소 오락가락한 행보를 보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맞대결 구도로 대선이 전개됐을 때는 고령 후보자 간 재대결에 싫증을 느낀 유권자가 케네디 주니어를 선택하면서 한때 지지율이 10%를 넘어섰다. 하지만 지난달 21일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포기하고 해리스 부통령이 새로운 후보가 되면서 케네디 주니어의 영향력은 빠른 속도로 줄었다.
케네디 주니어가 선거운동을 중단하더라도 후보 자격을 마음대로 철회할 수는 없다. 시카고트리뷴에 따르면 케네디 주니어 측은 이번주 경합주인 애리조나와 펜실베이니아의 대선 후보 목록에서 이름을 뺄 예정이지만, 같은 경합주로 분류되는 미시간·네바다·위스콘신주 관계자들은 선거 절차상 후보 등록을 철회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밝혔다.
케네디 주니어의 선거운동 중단과 트럼프 지지 선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케네디 주니어가 내린 결정이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남부 경합주인 애리조나 글렌데일에서 케네디 주니어와 진행한 공동 유세에서 “케네디 주니어가 여론조사에서 10~16% 지지율을 기록했다”며 “함께 부패한 정치권을 물리치고 이 나라의 통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케네디 주니어 지지자에게 연합을 구축해달라고 촉구했다. 케네디 주니어 지지율은 어디로 갈까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오차 범위 내 초박빙 대결을 벌이고 있는 만큼 케네디 주니어 지지자들 표가 어떤 진영으로 흡수될지 관심이 쏠린다.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이 지난 18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47%, 트럼프 전 대통령은 44%, 케네디 주니어는 5% 지지율을 기록했다.
다만 케네디 주니어의 행보가 대선 결과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국 온라인 정치 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ABC 방송사 계열 정치 분석 사이트 538의 엘리엇 모리스 분석가는 “케네디 주니어가 출마했을 때는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3.3%포인트, 케네디 주니어가 없는 상태에서는 3.1%포인트 앞서고 있었다”며 “해리스 부통령은 케네디 주니어 출마 여부와 관계없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우위를 유지한다”고 말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